[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28〉부동산대책에는 왜 AI를 안 쓰나?

2025-10-29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주택가격 급등으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는 비판 역시 거세다.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정부의 정책이 규제 완화와 강화를 오가며 일관성을 잃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탁상행정, 서울시나 여당과의 협의 없는 밀실 결정, 임기응변식 대증요법이라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혼란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말해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 대책을 '복붙(복사·붙여넣기)'해 일부 수정만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상적인 정책이라면, 주택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를 조짐이 보이면 자동으로 1단계 규제 조치가 작동하고, 상승세가 계속되면 추가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거나 거래가 급감하면 완화 조치가 가동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시그널(signal)이나 인디케이터(indicator)를 미리 설정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정(正)·반(反)·합(合)의 구조처럼 균형을 잡는 시스템이다.

필자는 20여년 전, 국토교통부를 관장하는 국회 상임위원장실에서 근무하며 당시 차관·주택국장 등과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 답변은 “그런 지표가 이미 있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경기 침체의 지표로는 미분양 증가, 가격 상승의 신호로는 금리 인하나 주가 상승에 따른 유동성 자금의 증가, 그리고 호가 급등 등이 있었다. 문제는 그 지표들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해외의 주택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현상을 '거미집 모형' 혹은 '벌집 순환모형'으로 설명해왔다. 규제를 하면 신규 공급과 매물이 줄고, 거래가 위축된다. 공급이 줄면 전·월세 가격과 매매가격이 순차적으로 다시 오른다. 이처럼 동일한 현상이 수차례 반복돼 왔음에도 근본적인 진전이 없는 이유는, 정책수단별 효과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라 반응하는 구조가 제도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핀셋 규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핀셋이 아닌 망치처럼 광범위한 규제가 시행됐다. “빚내서 집 사라”고 하던 정부가 이제는 “가격이 떨어질 때 사라”고 한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현금이 있는 사람만, 그것도 똘똘한 한 채만 사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부동산 정책에는 AI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AI 기반 정책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정확한 알고리즘과 데이터--즉, 가격 상승·하락 요인과 단계별 대응 규칙--을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

주택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거 안정'이며, 그 핵심은 '가격 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 작동형 시스템 기반의 정책을 완성하고, 더 나아가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밀실에서 비밀리에 대책이 만들어져 갑작스럽게 발표되는 일이 사라지고, 국민 누구나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또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면, 지금처럼 종합 대책을 한꺼번에 내놓는 방식이 아니라, 금리 조정처럼 수시로 조정되고 즉시 작동하는 유연한 정책 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

그보다 더 기본은 명확하다. 사고 싶은 사람은 사고, 팔고 싶은 사람은 팔 수 있어야 한다. 전월세와 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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