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는 현재 산업 현장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10년 안에 교육·헬스케어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 침투해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입니다.”
펠릭스 상 유니트리 시니어 디렉터는 2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5’ 특별 강연을 통해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형태와 유사하고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높은 지능을 획득할 수 있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6년에 설립된 유니트리는 중국 업계에서도 최고의 로봇 엔지니어링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이다. 특히 차세대 로봇 폼팩터로 부상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측면에서 북미 빅테크 기업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유니트리는 올해 2월 G1과 H1 등 휴머노이드 2종을 출시했는데 G1 기본형의 경우 판매가가 경차 가격 수준인 2000만 원 초반대다.
G1은 이날 상 디렉터의 특별 강연에서도 단연 청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상 디렉터는 자사 로봇 기술을 소개하며 G1과 로봇개 고(Go)2를 단상 위로 불렀다. 얼굴형을 따라 파란 발광다이오드(LED)가 달리고 최대 43개의 관절로 이뤄진 G1이 인간이 걷는 것처럼 무대 중간으로 걸어 들어오자 좌중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니트리의 각종 로봇 제품이 일상에 적용된 사례가 영상으로 나오는 동안 G1은 손을 흔들고 ‘엑스(X)’ 자 모양을 표현하거나 박수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동작을 부드럽게 보여줬다.
디지털 세계에 머물던 생성형 AI의 기술이 현실 세계로 확산하며 로봇 산업도 전환기를 맞고 있다. AI 혁신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달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최대 AI 응용 분야가 로봇 등 ‘피지컬 AI’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전 세계가 로봇과 휴머노이드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는 상황에서 상 디렉터는 “로봇 기술 발전에는 지름길이 없다”며 핵심 요소로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꼽았다. 그는 “로봇 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과감한 R&D 투자와 함께 다양한 기업과 학교 간 산학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이 외에도 하드웨어 외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의 강자가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며 삼성·LG와 같이 강력한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니트리는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런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삼성전자, 구글, 페이스북 등과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상 디렉터는 향후 10년 동안 로봇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 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시장은 올해 20억 3000만 달러에서 2029년에 132억 5000만 달러로 성장하는 등 연평균 45.5%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그는 휴머노이드 기술의 발전 단계를 두 단계로 나누며 “향후 3~5년 내에는 특정 시나리오와 장소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가 도입될 것이며 10년 안에는 범용 로봇 기술이 발달해 소매 유통 분야와 시니어케어·가정 분야에서 휴머노이드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것”이라고 예견했다.
상 디렉터는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니트리는 이미 국내 기업들과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로봇 움직임의 핵심인 액추에이터를 국내 로봇 기업 로보티즈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로봇손 개발을 위해 국내 기업 서큘러스와 협력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로봇 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측면에서 강력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조 생태계와 숙련된 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빠른 혁신 속도와 기술 수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