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서방 세계질서 구축 선언한 시진핑 “상하이협력기구 개발은행 창설”

2025-09-0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확대회의에서 "진영 대립과 괴롭힘(覇凌·갑질) 행위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중국 주도의 SCO 개발은행 설립을 제안하며,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의 안보·경제 분야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SCO 의장국을 대표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평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화된 세계를 제창한다”며 “회원국의 안보 및 경제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SCO개발은행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SCO회원국에게 20억 위안(3911억원)의 무상원조를 제공하겠다”며 “향후 3년간 은행컨소시엄의 회원은행에 100억 위안(1조9552억원)의 추가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2위인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해 반(反)서방 국제기구인 SCO를 주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날 오후 21개국 정상이 참가한 SCO 플러스 확대 정상회의에서는 시 주석은 발언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냉전적 사고방식, 패권주의, 보호무역주의 그림자가 남아있으며, 새로운 위협과 도전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면서 “더욱 정의롭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촉구했다.

지난 2021년부터 글로벌 발전·안보·문명 3대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던 시 주석은 이날 이를 종합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새로 추가했다. 그는 “주권평등 실행, 국제법치 준수, 다자주의 실천, 사람 중심의 접근, 행동 지향 태도” 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초대형 시장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며 태양광·풍력 프로젝트 추진, 인공지능 응용 협력센터 건설, 중국판 GPS인 베이더우 위성 항법 시스템 공유, 국제 달 연구기지 건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서구가 초래했다고 다시금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위기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쿠데타의 결과”라며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려는 시도가 원인”이라고 말했다고 크렘린 궁이 밝혔다.

다만 푸틴은 알래스카 미·러 회담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알래스카에서 열린 러·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합의가 우크라이나 평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어제 만찬에서 시 주석에게 미국 대통령과 협상에서 이룬 것에 대해 자세히 알려줬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를 강조한 발언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반(反)서방 의지를 드러냈다. 인도 외교부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글로벌 사우스의 열망을 시대에 뒤떨어진 틀에 가두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의 다채로운 꿈은 흑백화면에 담을 수 없고, 이제는 화면을 바꿀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SCO는 다자주의와 포용적인 세계질서를 증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에 동조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X에 푸틴 대통령과 같은 승용차를 타고 양자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사진을 올리며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는 항상 통찰력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50% 관세를 부과받은 모디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마친 뒤 “무역·비료·우주·안보·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포함한 지역 및 글로벌 발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SCO 회원국 정상은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 정상 이사회 톈진선언’인 ‘SCO 미래 10년(2026~203년) 발전계획’ 문건을 채택했다. 톈진선언에는 북핵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현안은 담기지 않았다.

민족분열주의, 종교극단주의, 국제테러리즘에 대항하는 다자안보기구로 출범한 SCO는 앞서 2017년 채택한 ‘칭다오선언’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했다. 당시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진하고, 동북아 지역의 지속적 평화를 수호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평화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톈진선언은 지난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 공습을 강력히 규탄했다. 또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과 관련 “평화적 목적을 위한 원자력 연구, 생산 및 이용 분야에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강조한다”며 “회원국들은 이 분야에서 일방적인 제한 조치는 국제법에 위배되며 용납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며 서구 주도의 국제 제재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선언은 기존에 옵서버와 대화 파트너로 이분화했던 SCO의 확대 회원국을 ‘SCO 파트너’라는 단일 지위로 통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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