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브릭스 넘어 反서방 경제협력 주도…신냉전 전선 넓힌다

2025-09-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문을 연 관세전쟁이 반미 연대를 기존의 안보 중심에서 경제동맹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펼치며 반미 동맹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중국은 상하이국제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등 대형 이벤트를 잇따라 개최하며 ‘반(反) 서방’ 전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상호관세와 러시아 제재 등으로 당장 국가 존립을 위협받게 된 반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우산 아래로 모여 과거 어느 때보다 밀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중심이 된 양극 체제가 뚜렷해지며 ‘신냉전 전선’이 한층 넓어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이틀간 중국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미 경제동맹의 세(勢)를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2001년 당시 출범한 SCO의 목표는 안보협력이었지만, 경제협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점차 경협 기구로 변화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전쟁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회의는 그러한 흐름에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SCO가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개발도상국) 결집을 통해 브릭스(BRICS)에 맞먹는 ‘경제안보협력체’로 부상했다는 진단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SCO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 이사회 제25차 회의 연설에서 SCO 회원국을 ‘메가 스케일 시장’이라고 규정하며 “에너지·인프라·과학기술·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SCO가 새로운 유형의 국제 관계 모델을 제시했다”며 “우리는 세계의 평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화,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옹호하고 보다 정의롭고 공평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SCO 10개 회원국, 2개 옵서버 국가, 14개 대화 파트너를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전 세계 토지 면적의 4분의 1,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해 중국과 SCO 회원국들과의 무역액은 3조 6500억 위안(약 714조 원)으로 설립 당시에 비해 36.3배나 증가했다.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무역 협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1~7월 중국과 SCO 회원국 총 무역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 증가한 2조 1100억 위안(약 413조 원)에 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상 시한이 임박한 올 7월에는 중국과 SCO 회원국 간 무역이 8.5% 급증했다. 미국과의 교역이 막히면서 반미 전선의 경제적 연대가 끈끈해지고 있는 셈이다.

시 주석은 중국이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그는 “안보 위협과 도전에 대응하는 종합 센터와 마약 대응 센터를 조속히 가동하고, SCO 개발은행을 조속히 건설해 회원국의 안보·경제 협력에 더 힘 있는 지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 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제창해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을 정조준했다. 중국의 경제적 역할을 강조하며 무상 원조 계획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연내 20억 위안(약 3900억 원)을 무상 원조하고, 향후 3년 동안 은행 연합체 회원 은행에 100억 위안(약 1조 9500억 원)의 신규 대출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경제, 정치적 공세로 코너에 몰린 SCO 참여 국가들은 중국의 행보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대한 서방 제재가 강화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의 가장 큰 고객인 중국과 인도와의 협력 중요성이 커졌다. 현재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서 중국과 인도 양국의 구매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분쟁으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도 역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7년 만에 방중하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징벌로 지난달 27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내고 있다.

반미 경제 연대의 상징인 SCO에 이어 3일 개최 예정인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은 반미 안보 동맹을 전 세계에 과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 최대 규모로 성대하게 치러지는 올해 열병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외국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반 26명이 참석한다. 이런 흐름은 3일부터 6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10회 동방경제포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도 포럼에 직접 참석해 경제 관계 다각화와 무역 및 투자 협력 확대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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