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매크로 암표’

2025-10-28

모든 준비가 끝났다. 로그인 하기, 팝업창 해제, 결제수단 등록. 그러곤 티켓팅 페이지가 열리는 시간, 떨리는 손으로 ‘예매’를 누른다. ‘대기인원 ○○○명’ 이때 ‘새로고침’은 금기다. 새로고침 하면 대기인원은 ‘몇만 명’으로 늘어나는 낭패를 보게 된다.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창까지 왔어도 방심은 금물이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라는 알림을 몇번 마주하다 보면 매진이다. 그래서 피가 튀길 만큼 치열한 티켓팅이라는 뜻으로 ‘피켓팅’이라고 부른다.

해마다 이맘때면 야구 팬들의 ‘피켓팅 전쟁’이 시작된다. 지난 26일 한국시리즈 LG트윈스·한화이글스의 잠실 1차전은 예매 창 열린지 1분 만에 매진됐다. 다음날 2차전 예매 역시 접속자 폭주로 팬들의 아우성이 자자했다. 티켓 예매에 성공한 팬들의 구매 후기는 무용담에 가깝다. 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니, 암표는 부르는 게 값이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 1982년에도 ‘표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암표상들이 활개쳤다. 지금 암표상들은 자동 예매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작동시켜 표를 사재기한다. 그러니 팬들이 죽자 살자 달려들어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암표상들은 티켓을 재판매 사이트에서 팔아 폭리를 취한다. 아니나 다를까. 재판매 플랫폼 ‘티켓베이’에선 첫 경기 정가 12만원 좌석이 200만원까지 치솟았다. 웬만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낼 금액이다.

암표 근절은 쉽지 않다. 현행 경범죄 대상이고, 지난해 3월부터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상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1~8월 집계된 한국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는 총 25만9334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티켓 못 구한 사람들에게는 분통 터지는 일이다.

올해 한화는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LG는 다시 한 번 왕조 건설에 도전한다. 팬들에겐 한국시리즈 티켓은 단순한 경기가 아닌 추억을 사는 것이다. 이 순간을 암표상들이 망치게 해서야 되겠는가. 관련법을 실효성 있게 다듬고, 위법자는 엄벌해야 한다.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가을야구 같은 티켓은 일정 기간 접수 한 뒤 추첨제를 도입해볼 수도 있다. 팬들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암표는 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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