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지원 간 이재용, 트윈타워에 없던 구광모
같은 날 벤츠 회장 맞은 삼성·LG, 상반된 리더십 행보
구광모, 공개 행보 최소화…CEO 자율경영 중심 체제 강화
'정도·인화' 이어온 LG 가풍…총수는 물러서고 실무가 전면
부회장단 축소 속 스타 CEO 부상…부회장 승진 없는 이유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지난 13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의 방한 당일, 삼성과 LG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글로벌 파트너를 맞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승지원에서 직접 칼레니우스 회장을 만난 반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트윈타워 회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은 공개 행보를 최소화하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자율성과 실무 중심 체계를 앞세우는 전통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부회장단 축소로 이어지는 LG의 인사 흐름도 이러한 리더십 변화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나서지 않는 총수…구광모式 실무 중심 경영
1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벤츠의 칼레니우스 이사회 회장 겸 CEO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를 찾았다. 전장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LG그룹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자리로, 조주완 LG전자 CEO,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 등 주요 계열사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은 이 회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같은 날 저녁 이재용 회장이 칼레니우스 회장을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맞이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였다. 승지원은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저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이 회장은 이곳에서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 등 글로벌 주요 인사들을 맞으며 협력 기반을 다져왔다. 이날 역시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크리스티안 소보트카 하만 사장이 동석해 벤츠와의 전장 파트너십을 논의했다.
이 같은 장면은 구광모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다시 부각시켰다. 대외 협력 무대에 적극 나서는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CEO들과의 직접 접점을 통해 사업 기회를 넓히는 방식을 선호한다. 반면 구광모 회장은 공개 일정은 최소화하고 계열사 CEO들의 권한을 존중하고 실무 중심 체계를 강화하는 CEO 자율경영 중심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

실제로 구광모 회장은 사내에서 '회장님'보다 '대표님'으로 불린다. LG그룹 지주사인 ㈜LG의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공식 문서에서도 '대표'로 표기되고, 내부에서도 동일한 호칭이 사용된다. 그의 역할 역시 ㈜LG 대표로서의 책무에 집중돼 있다. 지주사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핵심 인재 육성, ㈜LG 산하 LG AI연구원과 LG사이언스파크를 통한 미래사업 발굴 등이 중심 업무다.
대외 노출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지난달 열린 APEC과 같은 글로벌 행사나 지난 주말 대통령과의 재계 만찬처럼 재계 총수가 모두 참석하는 공식 행사 외에는 언론 노출 빈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구 회장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 회장의 스타일은 선대부터 이어진 LG 특유의 전통적 가풍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구인회 창업주를 시작으로 구자경, 구본무, 구광모로 이어지는 4대 경영 체제에서 LG는 유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정도경영', '인화의 LG'라는 기치를 지켜왔다. 전면에 나서기보다 조직 내 질서와 조화를 중시하고, 불필요한 노출이나 사회적 논란을 피하면서도 재계 4위 그룹의 위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방식이다.
◆CEO 존재감 커지는데... 부회장 승진 어려운 이유
이 같은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인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장 큰 변화는 부회장단 축소다. 지난 2018년 구 회장 취임 당시만 해도 부회장은 6명이었지만, 이후 지속적인 슬림화를 거치면서 규모를 크게 줄였다. 2022년 이후에는 부회장 승진자도 나오지 않았고, 현재는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CEO 부회장 등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회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조정하고 총수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총수의 의중을 가장 먼저 공유하며 그룹 전체의 흐름을 읽고 실행을 챙기는, 말 그대로 '총수의 오른팔'에 가까운 자리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구 회장의 CEO 책임경영 체제에서 부회장직이 과연 필수적인 직책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LG그룹도 매년 인사 때마다 부회장 승진 하마평이 나오지만 지난 3년간 새로운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고, 올해도 그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이유다.

거꾸로 다른 그룹처럼 공을 총수에게 집중시키는 구조와 달리, LG에서는 실무를 책임지는 각 계열사 CEO들이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스타 CEO'로 부상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가전기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린 LG전자의 조주완 사장과 위기에 놓였던 계열사들을 연달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LG디스플레이 정철동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뚜렷한 성과를 내다보니 두 사람 모두 매년 부회장 승진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로 꼽힌다.
세간의 기대와 달리 올해도 이들의 부회장 승진을 두고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장단 이상 고위급 인사는 단순히 실적만으로 결정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결국 최종 결정권자이자 그룹 총수가 지금 시점에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판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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