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기의 저와 후반기의 제가 아예 다른 사람인 것 같아요.”
LG 구본혁(28)이 펄펄 날고 있다. 최근 부쩍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족족 안타가 된다. 타구가 어디로 날아가든 집요하게 쫓아가 잡아낸다. 구본혁은 공·수·주 모든 부분에서 LG의 ‘필수 카드’가 됐다. 대수비부터 시작해 백업 선수로 차근차근 경기 경험을 쌓아온 결과다.
구본혁의 가장 큰 무기는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이다. 그는 올해 2루수로 32경기, 3루수로 58경기, 유격수로 53경기를 뛰었다. 어떤 위치에서도 붙박이 주전급 호수비를 펼친다. 결정적인 수비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수비 클러치 능력’까지 지녔다.
구본혁은 지난달 30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내야 모든 포지션에 자신이 있다”라며 “다 할 수 있으니까 팀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팬들도 좋아하셔서 제 매력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령탑의 신뢰도도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구본혁, 오지환, 신민재 3명의 수비는 리그에서 탑 클래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는 타격 능력도 궤도에 올랐다. 올해 11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2를 기록 중이다. 전반기 0.234에 그쳤던 타율은 후반기 0.384로 훌쩍 뛰었다. 후반기 타율이 팀에서 가장 높다. 자평한 것처럼 ‘아예 다른 사람’이 됐다.
구본혁은 자신이 어떤 유형의 타자인지 깨달으면서 타격 방향성을 정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기에는 방향성을 잘못 설정했다”라며 “제가 홈런을 10개씩 칠 수 있는 타자가 아닌데도 세게 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후반기부터는 공도 많이, 오래 보려고 하고 계속 당겨치기보다는 밀어쳐서 오른쪽으로 보내려고 했다”라며 “그러면서 타격 타이밍도 조금씩 맞춰지고 출루율도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구본혁은 올해 LG의 ‘씬 스틸러’로 활약하고 있다. 4안타 경기를 3번이나 펼쳤고 야구 인생 첫 고의4구까지 당했다. 수많은 명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물으니 망설임 없이 ‘불펜 타구 슈퍼 캐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 7월 25일 두산전, LG는 9회말 2아웃 1·3루에 6-5까지 따라잡히며 역전패 위기에 놓였으나 구본혁이 이유찬의 파울 타구를 불펜 펜스를 타고 올라가 잡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구본혁은 “그때 팀이 연승하면서 분위기가 좋아서 멋진 수비로 기세를 더 올리고 싶었다”라며 “그날 슈퍼 캐치를 한 이후 야구장에 올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그때부터 타격 방향성도 잘 잡으면서 타격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구본혁은 느리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장충고를 나와 동국대를 졸업한 뒤 22살에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신인 때부터 수비 능력을 인정받아 대수비로 출전한 그는 마침내 공격과 수비를 아우르는 핵심 선수가 됐다.
구본혁은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라며 “학창 시절 때부터 훈련을 도망간 적도 없고, 야구가 없으면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 가기 전에 ‘이대로라면 야구장에 오래 못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어떻게 해야 평균을 칠까, 생각하며 다른 선수들을 유심히 봐쓴ㄴ데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