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 최정(38)은 올해 가장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 탓에 시즌을 5월에야 시작했고 훈련 중 눈 부위 부상으로 또 열흘을 자리를 비웠다. 6월24일 복귀했지만 6월 타율이 0.179까지 떨어지며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1일 기준 시즌 타율은 0.231, 2005년 데뷔한 최정의 통산 21시즌 평균 타율(0.285)과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미 최정의 모든 발자취는 기록과 역사가 되고 있다. 최정은 8월29일 홈런 2개로 5타점을 뽑았고 30일은 시즌 18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5월13일 리그 최초 개인 통산 500홈런 고지를 밟은 최정이 리그 최초 ‘10년 연속 20홈런’ 기록까지 홈런을 단 2개 남겨뒀다. 지난해 달성한 ‘9년 연속 20홈런’은 삼성 박병호와 공동 최장 기록이다.
최근 만난 최정에게선 기대감보다는 팀에 대한 미안함이 짙게 묻어났다. 최정은 “기록을 이어가지 못하면, 시즌이 끝나고 조금 후회는 될 것 같다. 홈런을 1개 남겨두면 정말 치고 싶을 것 같은데 아직은 신경을 안 쓰고 있다”며 “홈런을 쳐서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지만 개인 성적을 위해 욕심은 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지금 그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정은 “통산 기록은 어차피 지난 과거라고 생각한다. 현재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올해 못 치고 있는 것에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최근 중요한 경기에서 홈런을 몰아친 것이 약간의 위안은 되지 않냐는 질문이 끝나자마자 손사래를 쳤다. 최정은 “지금 감이 올라와서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 홈런을 친다고 해도 좋은 시즌을 치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미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정은 “매년 시즌을 치르면서 (타격이 잘 맞는) 소위 ‘미치는 날’이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왔던 것 같은데 올해는 너무 늦게 왔다. 그만큼 올해 좀 힘든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홈런을 친 것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말할 게 없고 그냥 똑같이 타이밍 맞춰 최선을 다했는데 다 잘 맞았다. 이렇게 ‘미치는 날’이 좀 자주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숨을 푹푹 쉬면서 말을 이어갔지만 정작 팀 내에서는 속마음을 잘 표출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정은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러 오는 경우가 있는데 후배들한테 약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못 치고 있어도 일부러 뻔뻔하게 말하려고 하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내가 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 팀 분위기를 해칠까 봐 이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역대급’으로 치열한 중위권 순위 경쟁에서 SSG는 1일 현재 4·5위와 게임 차 없는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정은 “팀 분위기는 좋다. 오히려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그런지, 선수들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팀 순위에 대한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매 경기만 신경 쓸 정도로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 힘들면 ‘내가 더 힘드냐, 네가 더 힘드냐’며 농담을 주고받는 식”이라고 전했다.
최정은 “어차피 누가 포스트시즌에 갈지는 하늘에 다 정해져있다는 생각으로 게임에 임하고 있다. 매 경기를 이기려고만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며 “남은 경기 동안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되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