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햄스트링 아우성,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일까

2025-07-18

2025시즌 KBO리그의 화두 중 하나는 햄스트링이다. 전반기 내내 햄스트링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유독 많았다. 지난해 최우수선수(MVP) KIA 김도영은 시즌 개막전 햄스트링을 다쳤고, 복귀 후 같은 부위를 다시 다쳤다. SSG 최정은 시범경기 기간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 한 달여 만인 지난 5월에야 1군 합류했다. 이들 외에도 NC 박건우, 삼성 김성윤, KT 황재균 등이 시즌 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동안 팀을 떠나야 했다.

햄스트링 부상이 늘어난 이유로 ‘러닝 부족’이 우선 꼽힌다. 한 방송 해설위원은 “과거보다 선수들이 많이 달리지를 않는다. 미국식 훈련이 들어오면서 러닝이 크게 줄었다. 평소 많이 달리지를 않으니 그만큼 햄스트링 부상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닝 부족을 지적하는 건 한국뿐 아니다. 미국 스포츠의학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저널 오브 애슬레틱 트레이닝’에 2023년 실린 한 논문은 메이저리그(MLB) 구단 트레이닝 파트 관계자 91명을 설문 조사했다. 조사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줄이려면 반복적인 러닝 훈련, 특히 시합 전 전력 질주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과거처럼 러닝 훈련 비중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KBO리그 한 베테랑 야수는 “옛날과는 야구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투수도 타자도 파워가 없으면 버티기가 어렵다. 러닝을 강조하는 건 사실 요즘 야구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한국도 투수는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른 공을 던져야 살아남을 수 있고, 이에 맞서 타자는 더 강한 타구를 날려야 버틸 수 있다. 근력 운동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똑같이 던지고 치는 동작이라도 과거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해진 측면도 있다. NC 구단 트레이너 파트 관계자는 햄스트링 부상 증가에 대해 “최근 야구 트렌드 변화에 따라 선수들이 사용하는 신체 부위가 넓어지고, 운동 강도도 크게 높아졌다. 현대 야구는 과거보다 훨씬 빠른 스피드와 강한 파워를 요구하고 있고,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육을 키우고 신체 가동 범위를 넓힐수록 부담은 커지고 햄스트링 위험도 올라간다. 현장의 선수들도 이를 모르지는 않지만, 현대 야구의 흐름에 따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신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지만 경기 일정은 과거보다 더 빠듯하다. KBO리그의 경우 한 시즌 144경기를 치러야 하고, 팀 성적에 따라 포스트시즌 경기도 뛰어야 한다. 비시즌 국제대회까지 나가면 부담은 더 커진다.

시간이 갈수록 야구는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각 구단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부상 위험을 낮추려 한다. SSG는 올해 체력 측정 장비 ‘발드(VALD)’를 도입해 시스템화했다. 선수들의 신체 상태를 수치로 뽑아내는 장치다. 근력 등 몸 상태를 정례적으로 측정, 진단한다. SSG 관계자는 “과학적인 상태 진단을 통해 맞춤형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 기량 향상은 물론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KIA는 지난달 초 1군 트레이닝 파트를 개편했다. 김도영의 햄스트링 부상을 비롯해 하체 부상이 계속되면서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퓨처스에 있던 김동후 S&C(스트렝스, 컨디셔닝) 파트 총괄 코치와 노민철 코치, 육상선수 출신 박정욱 코치가 새로 1군에 합류했다.

김동후 코치는 최근 인터뷰에서 “제대로 뛰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 달릴 때 다리가 충분히 올라온 상태에서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한다거나, 허벅지 앞뒤 근육을 균형 있게 써야 하는데 한쪽 근육만 유난히 많이 쓴다거나 할 때 햄스트링 부상 위험도 커진다”면서 “러닝이 무조건 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뛰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는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비교해 러닝 훈련 비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 뛰는 방법이라도 제대로 익혀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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