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대중문화 규제당국이 TV 사극의 편수 제한과 사전 검열 등의 조치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해외 드라마 수입 규제 완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과 홍콩 명보 등은 19일 영화·드라마·게임 규제당국인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이 지난 주말 회의를 열고 드라마 제작과 관련한 새로운 지침을 업계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광전총국은 18일 위챗 공식계정에서 “고품질의 시청각 콘텐츠 제공과 혁신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차이신 등에 따르면 이번 조치를 통해 사극의 경우 회차 수는 40회 이내로 제한한다는 규정을 폐지하고 TV 황금시간 대 사극 방영 비율을 제한하는 규정이 완화된다. 검열당국의 드라마 심사 주기를 단축하고 방영 중 심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시범 도입한다고 전해졌다. 차이신은 “수년간 시행되어 온 규제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광전총국은 2013년부터 매년 방송사당 사극 방영 횟수를 150편으로 제한했다. 2019년 3월 TV와 OTT에서 사극 방영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금지령 자체는 나중 풀렸으나 황금시간대 사극 편성은 15% 이내로 제한되는 등 사극 제작은 당국의 엄격한 규제 하에 놓였다.
당국은 사극 규제 강화의 이유를 두고 “허무주의적이고 오락적인 사극이 많이 제작된다”며 시청자의 역사관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창작 줄거리를 토대로 한 복수극이나 궁중암투극이 인기를 끄는 것을 규제 당국이 못마땅하게 여겨서 내린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랑야방>, <연희공략> 등 2015~2018년 인기를 끈 사극 상당 수가 권력층 내의 살벌한 암투를 다뤘다.
규제 완화는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명보는 “중국 본토 영화·TV 산업은 최근 몇 년간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제작된 TV드라마 편수는 7610편으로 전년보다 14% 감소한 반면 초단편드라마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며 “최근 단편드라마 제작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당국의 관심을 끌면서 당국은 시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TV 드라마를 엄격히 규제했더니 제작비가 덜 들고 규제 사각지대인 단편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더 선정적인 드라마가 속출하고 정통 드라마 제작 업계는 외면받는 상황이 당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냈다는 설명이다. 홍콩 성도일보는 “업계의 고충을 정확히 해소하는 조치”라고 평했다.
온라인에서는 광전총국의 이번 조치에 ‘해외 드라마 쿼터 완화’와 ‘리메이크 드라마 국적 제한 완화’ 조치도 포함됐다는 글이 퍼졌다. 한동안 금지됐던 한국·일본드라마의 리메이크가 가능하도록 하고 드라마 수입 심사권 일부를 지방정부로 넘겨준다는 내용이다.
차이신은 광전총국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온라인에 퍼진 글은 대체로 맞지만 수입드라마와 관련해서는 내용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2016년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로 중단된 한국 대중문화 수입 재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는 대중문화 개방을 앞두고 자국 콘텐츠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