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디지털법] 〈58〉핑크퐁 아기상어 판결의 의의: 2차적 저작물의 창작성 기준 제시

2025-08-19

최근 대법원이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핑크퐁 아기상어' 저작권 분쟁에 대한 최종 판결(2023다24750)을 내림으로써, 공유저작물(Public Domain)에 기초한 2차적 저작물의 창작성 판단 기준에 대한 중요한 법적 지침이 확립됐다. 본 판결은 필자가 수행한 사건으로서, 저작권이 소멸된 구전가요를 기반으로 한 편곡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요구되는 창작성의 질적·양적 수준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심대한 의의를 가진다.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은 북미 지역의 구전가요를 원저작물로 하여 원고 조나단 라이트가 2011년 제작한 곡이,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이 정한 2차적 저작물로서 독자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2차적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 개변'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다. 조나단 라이트는 이 사건 구전가요가 멜로디 없는 구호(Chant)에 불과하다고 전제하고, 여기에 ①모든 음에 음가를 부여하고 가락 일부를 변경했으며, ②구전가요에는 없는 새로운 반주를 추가하고, ③화성 구조를 변경했으며, ④ 드럼, 베이스 등 새로운 악기를 사용해 독창적인 분위기를 창출함으로써 별개의 창작성이 있는 음악저작물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저작권위원회의 전문적인 감정 결과를 핵심 근거로 삼아 원고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배척했다. 우선, 법원은 원고의 주장과 달리 이 사건 구전가요에 가락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만약 가락이 없었다면 위원회가 감정을 위해 악보를 채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원고 주장의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또, 저작권위원회 감정 결과에 따르면 원고 곡의 화성 진행은 C 키(key)로 변환 시 'C-F-C-G'로서, 반주가 포함된 2001년 버전의 구전가요와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나아가 원고가 사용한 디스코 스타일의 드럼 패턴은 '지극히 평범한 스타일'로 평가됐고, 드럼, 베이스, 일렉트릭 기타 등 대중음악의 핵심 악기를 사용한 것 역시 곡의 지루함을 줄이기 위한 일반적인 편곡 기법에 불과할 뿐, 그 자체로 새로운 창작성을 부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설령 그러한 미약한 창작성이 인정된다 가정하더라도, 그 정도만으로는 저작권법이 요구하는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이라는 높은 기준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2차적 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창작성의 문턱이 결코 낮지 않으며, 단순히 기존 저작물과 다른 '느낌'을 준다는 주관적 평가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인 창작의 기여가 있어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나아가 법원은 원고 곡의 2차적저작물성이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저작권 침해의 또 다른 요건인 '의거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고 곡과 원고 곡의 유사점은 모두 동일한 원저작물인 이 사건 구전가요에서 비롯된 것일 뿐, 원고가 새롭게 창작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서 두 곡 간의 구체적 유사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피고 곡의 화성 진행('C-F-Am-G')은 원고 곡과 명백히 달랐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이 최종 확정한 이 판결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할 인류의 문화유산인 공유저작물의 영역을 부당하게 잠식하려는 시도에 강력한 제동을 걸었고, 최소한의 노력이나 일반적인 편곡 기법의 적용만으로 원저작물에 편승하여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립한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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