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땐 창틀도 날리는 전기 스쿠터 배터리···전문가들 “집에서 충전 말아야”

2025-08-18

마포구 아파트 화재 원인 중 하나

주행 충격에 단자 문제 생길 가능성

지난 17일 발생한 서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 화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집 안에서 충전되고 있던 전기 스쿠터 배터리가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집 안에서 전기 스쿠터 배터리를 충전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실외 등에서 충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번 화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배터리는 전기 스쿠터용 리튬 2차 전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 스쿠터 배터리는 대부분 ‘탈착형’으로 집이나 실내 등에서 충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용량은 50Ah(암페어시)로 전기차보다는 작지만 전동킥보드(8~10Ah) 등 보다 크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0~2024년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화재는 총 678건이다. 2020년 98건에서 2024년 117건을 증가 추세다. 이 중 전기 오토바이 화재는 5년간 31건이었다. 비중은 적지만 아파트 등 주거공간과 업소 등 영업 공간 내에서 충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성은 클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탈착형인 전동 스쿠터 배터리가 화재에 특히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도로 주행 과정에서 충격을 받기 쉽고, 계속 충격을 받다 보면 충전 단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단자에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가 완충되고도 충전이 차단되지 않고, 결국 과충전으로 인한 열폭주 등 배터리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배터리 크기는 기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가정용 전기밥솥만 하다. 소방청 산하 국립소방연구원이 지난주 가로 3m, 세로 6m, 높이 2.4m인 컨테이너에서 전기 스쿠터 배터리의 ‘열폭주 화재’ 실험을 한 결과, 창틀이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었다고 한다.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원 화재분석팀장은 “설치했던 마네킹·카메라 등도 열폭주로 인한 화염에 바로 타버릴 정도로 위력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가정에 들일 수 있는 다른 배터리와는 수준이 아예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소화기·스프링클러 등으로는 진압이 어렵다. 장현오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시판되는 소화약재 등은 배터리 화재에 효과가 있다고 확실히 검증된 제품이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로선 이동식 수조에 통째로 넣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는데 “현실적으로 가정에서 수조를 사용한 초기 진압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거공간 등 실내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배터리를 실내에서 충전하는 건 가연물을 집에 들여놓는 꼴”이라며 “아예 배터리를 탈착할 수 없게 해서 충전을 할 때도 주거공간에 들여놓지 못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도 “집 안에선 안전한 충전 장소를 찾는 게 의미가 없다”며 “실내 스프링클러도 확산 방지가 목적이지 화재 진압은 어렵다”고 말했다.

배터리 정기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장 연구원은 “최근 몇 년 새 전기차·전동스쿠터 등이 확산했지만 안전규제 등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충격에 계속 노출되니 결함으로 인한 화재 등 위험성이 커 일반 차량처럼 정기 안전검사를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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