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24〉환경부냐 산업부냐, 진짜 문제는 협업 부재다

2025-09-03

기후에너지부, 에너지 업무는 환경부로 옮기는 게 맞을까, 아니면 산업자원부에 그대로 두는 게 옳을까?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났고, 국정과제위원회가 끝난 뒤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문제 중 하나다.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직결된 사안이기도 하다.

정부조직법은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제정된 후 무려 70차례나 개정됐다. 대통령 임기마다 평균 다섯 번씩 손질된 셈이다. 대표적인 누더기법이다. 건설부와 교통부가 합쳐지고 해양부가 다시 떨어졌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됐다가 갈라졌다. 통상 업무가 외교부에 있다가 산업부로 이관된 후에도 몇 번 더 검토가 있었다. 더 우스운 사례도 있다. 행정자치부가 안전행정부로 개편되었다가 다시 행정안전부로 앞뒤 명칭만 바꾸기도 했다. 민간 기업이 CI 교체에 쓰는 비용도 낭비라 지적받는데, 정부 부처 이름과 조직을 이렇게 자주 바꾸는 게 과연 효율적일까.

먼저, 이번 논란의 본질은 에너지를 산업 지원 수단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온실가스 감축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 사실 두 측면 모두 필요하다. 문제는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다. 영국은 이를 '크로스 커팅 이슈(cross-cutting issue)'라 부르며 별도 관리 체계를 운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협업이나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정부조직 개편 때마다 똑같은 논쟁이 반복된다. 결국 부처를 옮기느냐 마느냐보다, 칸막이 행정 극복과 협업 관리체계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정부가 일하는 방식이 예산, 법령, 평가, 감사 등 모두 지나칠 정도로 부처 단위로 분절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부처간 협업할 일이 많지만, 그런 업무를 지휘할 사람도 없거니와, 자기 상사의 지시와 명령을 따르는 것이 근무평정이나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칫 이를 소홀히 했다가 좌천과 왕따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 수 있다.

둘째, 환경 업무의 성격을 따져 접근할 수 있다. 환경·기후·온실가스 문제는 특정 부처가 홀로 맡아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건축이나 수송부문은 국토부, 제조업 공장은 산업부, 농축산업 분야는 농림부 등으로 나뉘어지고 실질적 업무는 지방정부 소관이다. 업무의 성격은 사업의 집행보다는 규제와 관리 측면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환경'부'의 형태보다는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의 환경'처'로 두는 방안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많다. 법제처나 인사혁신처와 유사하다. 이 경우, 사업예산과 집행 권한이 줄어드는 만큼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시로는 똑같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덤프트럭이 옮기는데 국토부 등록업체면 건설폐기물이고, 환경부 등록업체면 환경폐기물이 되는 식의 원리다.

대안은 무엇일까? 차라리 기획예산 부처에 기후·에너지 전담 조직을 두고, 예산을 총괄·조정하는 대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 국무총리가 조정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아무런 힘이 없어 무용론에 시달려 왔다. 온실가스 감축업무를 담당할 부총리 신설도 검토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총리보다 못한 유명무실한 권한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조직을 '땅 따먹기' 하듯 고쳐 쓰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부처가 에너지를 맡느냐가 아니라, 협업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를 바로잡는 일이다. 그래야만 소모적인 논란을 넘어 지속적이고 성과 있는 정책이 가능해질 것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前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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