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 언급 논란
성실하게 빚 갚아 온 저소득 대출자 역차별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13일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을 구조개혁이 필요한 6대 분야로 꼽았다. “경제 회복의 불씨가 켜진 지금이 구조개혁의 적기”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틀린 데가 없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개혁을 해야 잠재성장률을 올리고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한데 대통령이 강도 높은 금융개혁을 강조하면서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이른바 ‘금융계급제’가 된 것 아니냐”고 언급한 대목은 우려를 낳게 한다. 저소득자와 저신용자가 반드시 겹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은 소득 수준과 크게 관련이 없다. 소득보다 빌린 돈을 얼마나 성실하게 갚았는지가 신용점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소득 상위 30% 가운데 신용점수 840점 이상 고신용자는 674만 명이지만, 연 소득이 2100만원 미만인 소득 하위 30%이면서 고신용자인 사람도 202만 명에 달한다. 성실하게 빚 갚는 저소득층이 우리 사회에 많다.
오히려 신용점수 664점 이하 저신용자 중에는 고소득자(43만 명)가 저소득자(34만 명)보다 많았다. 가난한 사람이 ‘약탈적 금리’ 피해자가 된다는 ‘금융계급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나아가 저소득자와 저신용자를 뭉뚱그려 취급하는 잘못된 인식은 성실하게 빚을 갚으며 신용 관리를 해 온 저소득 차주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에도 “서민에게 15.9% 고금리는 잔인하다”며 비슷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당시에 제안한 것처럼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올리고 저신용자의 대출금리를 그만큼 낮추면 저소득층 중에서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고신용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민 살리겠다는 선의의 상생 정책이 서민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최근 은행권에선 고신용자가 저신용자보다 더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하는 ‘금리 역전’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은행이 정책금융 상품을 중심으로 금리를 조정하면서 신용점수 600점 이하에 금리 혜택이 집중되고 있어서다. 금융 취약층을 지원하는 포용금융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금융 약자의 경제적 기회를 넓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필요한 정책이다. 포용금융을 위해선 재정 등으로 서민의 이자 부담을 지원하는 정책금융 상품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한 시장금리 왜곡 현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금융을 지나치게 정치논리로 접근하면 애써 쌓아 온 우리 사회의 신용 질서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아울러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저소득층이 정부와 은행권의 포용금융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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