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세계 최초로 ‘순자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부유세 추진에 돌입하면서 정치·경제권이 술렁이고 있다. 소득이 아닌 억만장자의 모든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과세하겠다는 발상은 미국 다른 주의 부자 증세와 비교해도 전례 없는 초강수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미서비스노조(SEIU) 의료노동자연합 서부지부는 순자산 10억 달러(한화 약 1조4000억 원) 이상 보유자에게 일회성 5% 세금을 부과하는 주민발의안을 제안했다. 주식·부동산·예술품·지식재산권까지 자산 전부가 과세 대상이며 2026년 말 기준 자산 규모로 세금이 산정된다. 납부는 5년 분할이 가능하다.
노조는 이 조치로약 1000억 달러(한화 약 131조 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예산 삭감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로 “초부유층에게 공공의료 재정을 일부 책임지게 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도 크다. WSJ는 캘리포니아 주 세수의 3분의 1 이상이 상위 1% 소득층에서 나온다는 점을 지적하며 억만장자들의 ‘탈 캘리포니아’ 현상이 심화되면 오히려 주 재정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에는 255명의 억만장자가 거주해 미국 전체의 약 22%를 차지한다.
정치권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부유세에 반대하며, 그와 연계된 정치 전략가들은 ‘Stop the Squeeze’라는 반대 캠페인 조직 출범을 준비 중이다. 새너제이의 맷 마한 시장 역시 “주 재정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계획”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기술 스타트업의 가치가 과대 평가된 상황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스탠퍼드대 조슈아 라우 교수는 “실현되지 않은 기업가치에 대해 창업자들에게 거액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실효성을 의심했다.
WSJ는 “현대의 부를 평가하는 일은 과거처럼 창문 개수를 세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지적하며, 이번 부유세 논쟁이 미국 내 ‘부의 과세’ 논쟁을 다시 흔드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