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속세율은 높은 편이다. 명목세율만 높은 게 아니라 실제 세 부담과 세수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우리 상속세는 원래 피상속인 중 1~2% 정도만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는 전제를 갖고 설계됐다. 그러나 2023년 기준 실제 과세 비율은 6.8%까지 올라왔고, 실효세율도 2009년 7.8%에서 2023년 14.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한편,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서 중위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 배우자 사망 시 생존 배우자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살고 있는 집을 팔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 선거와도 맞물리면서 당정은 상속공제를 18억원까지 올리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기업들의 민원도 대단하다. 최고세율 50%에 대주주 할증까지 더해지면 실효세율이 60%에 육박해 과도하다는 주장이 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가업상속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가업상속공제가 도입됐지만 요건이 까다롭고, 되레 세제 혜택만 노린 업종 쪼개기 논란도 뒤따른다. 하지만 가업상속의 효과는 별로 없고 가업상속의 외관을 쓴 베이커리 카페만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상속세 개편 논쟁에서 빠져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인구구조의 변화다. 과거에는 세대를 거치며 부가 자연스럽게 분산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했다. 일하는 가장 한 명과 배우자, 여러 자녀라는 전형적인 가족구조에서 한 배우자가 사망하면 다른 배우자와 자녀 여러 명에게 유산이 나뉘어 갔다. 이 과정이 몇세대 이어지면 한 집안 내에서도 자산이 흩어지며 불평등이 어느 정도 완충됐다. 부자 3대 못 가는 자연적 분산 장치가 있었던 것이다.
현재 한국은 저출생이 진행 중이다. 맞벌이 부부가 함께 자산을 모으고,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떨어졌다. 1970년대 한 가정의 평균 자녀 수가 4명을 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부모 모두가 일해 축적한 자산이 사후에 한 명뿐인 자녀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형제자매 사이에서 나뉘던 재산이 이제는 별다른 일이 없다면 한 자녀에게 온전히 승계된다. 2030세대에서 ‘금수저·흙수저’라는 말이 일상어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젊은 세대가 주택 구입을 서두르지 않는 현상도, “언젠가 부모 집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어느 정도 자산을 가진 집안끼리의 ‘선택 결혼’이 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부의 집중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23년 기준 상위 20% 가구가 전체 순자산의 63%를 보유하고 있어 10년 전의 61%에 비해 자산이 집중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속세 과세 방식 논의도 저출생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정부는 유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 각자의 취득분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상속인이 여럿일 때에는 세 부담이 줄지만, 상속인이 1명에 가까워질수록 두 제도 차이는 줄어들고 행정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실익이 크지 않다.
자본주의에서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토마 피케티의 지적처럼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게 유지되면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인구구조가 부의 자동 집중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가만히 두어도 부의 집중이 가속화되는 구조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자녀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부의 대물림을 완화하는 장치였다면, 이제는 소수 자녀에게 집중되며 대물림을 더 공고히 만드는 요인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상속세 개편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세율 조정, 배우자 공제 확대, 가업상속공제 완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도한 상속세가 자본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기업 승계를 어렵게 하고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는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인구구조가 불평등을 자동으로 키우는 상황에서 상속세까지 과도하게 약화시키는 것은 세대 간 이동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래를 생각하는 상속세는 저출생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전제로, 어느 수준의 부의 대물림을 사회가 용인할 것인지, 상속세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인구구조가 바뀐 만큼 상속세도 바뀌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세금을 얼마나 깎아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솔직한 토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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