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축구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빠른 환경 적응을 위해 멕시코 고지대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혹독한 환경을 선택해 실전 적응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16일 사커 다이제스트, 스포츠닛폰 등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멕시코, 미국과의 평가전 연전 후 일본으로 돌아가는 대신 멕시코에 남아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직접 답사했다. 톨루카, 멕시코시티, 푸에블라 등 해발 2100~2800m의 고지대를 둘러보며 월드컵 준비 전략을 구체화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베이스캠프 선정 기준에 대해 “가능하다면 해발이 높고 어느 정도 더운 곳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늘한 곳에서 더운 곳으로 이동하면 선수들의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며 “해발이 낮은 곳에서 준비하다가 고지대에서 경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법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뼈아픈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당시 일본은 베이스캠프와 경기장 간 기후 차이로 적응에 실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전 국가대표 혼다 케이스케(39)는 과거 유튜브를 통해 “베이스캠프가 서늘했는데 경기장은 엄청 더웠다. 경기 전날 이동해서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요시다 마야(37·LA갤럭시) 역시 쾌적한 베이스캠프에서 고온다습한 경기장으로 이동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일본 대표팀은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정반대 전략을 선택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훈련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도 어렵지만, 가능하다면 엄격한 환경에서 준비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력적 부담과 환경 변화에 미리 적응해 실전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다.
만약 멕시코 고지대 베이스캠프 구축이 어려우면, 일본은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등 해발 1800m가 넘는 대체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12월 조 추첨 이후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26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서 공동 개최되며, 경기장별로 고도와 기후 조건이 천차만별이다. 일본은 이런 다양한 환경 변수를 고려해 강도 높은 환경 적응 훈련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