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선발은 풍성·불펜은 폭망…오타니, 불펜 보완 카드로 쓸까
2018 보스턴·2019 워싱턴 성공 전례…로버츠 감독의 최종 선택은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서 '불펜투수 겸 외야수'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와는 달리 선발은 풍족하지만 불펜이 불안한 다저스로선 '오타니 활용법'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MLB닷컴은 18일(한국시간)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오타니를 불펜으로 투입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오타니 역시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준비하겠다. 불펜이든 외야든 어디든 상관없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시즌 막판 들어 다저스의 선발 자원은 리그 최강급이다. 오타니를 비롯해 야마모토 요시노부, 클레이턴 커쇼, 타일러 글래스노우, 블레이크 스넬, 홈구장용이긴 하지만 에밋 시핸까지 카드가 넘쳐난다. 그러나 불펜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4.30으로 내셔널리그 10위에 머물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선발 평균자책점(3.89·5위)과 비교하면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최근엔 불펜 과부하로 필승조가 나서면 역전패를 반복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돌려 가을야구의 비밀병기로 쓰는 전략은 이미 성공 사례가 있다. 2018년 보스턴은 네이선 이발디와 크리스 세일을 불펜에 투입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019년 워싱턴은 전년도 보스턴의 사례를 그대로 베껴 썼다. 원투펀치 맥스 셔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등 선발을 불펜으로 활용해 우승을 차지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1이닝 오프너부터 시작해 불펜 투수만 7~8명을 투입해 승리를 거두는 전략을 애용했던 데이터 야구 신봉자다. 선발 투수의 불펜 전환은 로버츠 감독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모델일 수 있다.

문제는 규정과 체력 관리다. 메이저리그는 2022년 '오타니를 위한 룰'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오타니 룰은 선발투수가 지명타자를 겸할 경우에만 마운드를 내려온 뒤에도 지명타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끔 고안됐다. 불펜투수일 경우는 지명타자 지위를 잃고 수비를 봐야 한다. 즉 오타니가 불펜에 등판하려면 외야 수비를 소화해야 한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 외야 수비 경험이 있긴 하지만, 포스트시즌이라는 특수 무대에서 그 부담은 훨씬 크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의 태도 자체는 칭찬할 만하다"면서도 "불펜 등판은 불규칙적이어서 루틴이 깨질 수 있다.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오타니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다.
다저스는 지난해 불펜 야구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로 선발이 강하고 불펜이 약하다. 과연 로버츠 감독은 또 한 번 대담한 '파격'을 선택할까. 다저스의 가을야구를 감상하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