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은 골라인을 사수하며 완벽한 방패막이가 됐고, 다른 한 명은 박스 밖까지 나서며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조현우(34·울산)와 김승규(35·FC도쿄)가 최근 평가전에서 보여준 골키핑은 마치 서로 다른 스포츠를 하는 것처럼 대조적이었다. 같은 포지션,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홍명보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렸다.
조현우는 미국전에서 방어형 골키퍼의 전형을 보여줬다. 5차례 선방 중 4번을 페널티박스 안에서 처리하며 골문 앞 마지막 보루 역할에 집중했다. 키퍼 스위핑(골키퍼가 박스 밖에서 상대 공격을 미리 차단하는 플레이) 기록이 0회라는 점은 그의 수비 접근법을 명확히 보여준다.
김승규는 멕시코전에서 현대 축구에서 많이 보이는 스위퍼 키퍼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박스 내 세이브는 1회에 그쳤지만 키퍼 스위핑 1회를 기록해 좀 더 과감하게 튀어 나가서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스타일을 구사했다. 멕시코의 17차례 소나기 슈팅에 2골을 내줬지만, 4차례 선방으로 더 많은 득점 기회를 차단하는 수비를 보였다.
두 선수의 리커버리(상대에게 뺏겼던 공을 되찾거나 떠돌던 볼을 확보) 횟수는 각각의 수비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조현우 6회, 김승규 7회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지만, 처리 방식에서는 명확한 차이가 드러났다. 조현우는 박스 내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처리했고, 김승규는 더 넓은 범위에서 공 소유권을 되찾았다.
클리어런스(위험한 공을 멀리 걷어내는 것) 지표는 더욱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조현우 0회, 김승규 3회. 조현우는 정확한 패스나 캐치를 통한 안전한 볼 처리를 선호했지만, 김승규는 상황에 따라 과감한 걷어내기로 빠르게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을 우선시했다.

패스 지표에서는 김승규가 근소하게 앞섰다. 조현우는 40회 시도에서 28회 성공해 70% 성공률을 기록했고, 김승규는 22회 시도에서 16회 성공해 73%로 3%포인트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롱패스는 조현우가 더 많이 시도했다. 조현우는 15회 시도에서 5회 성공, 김승규는 9회 시도에서 3회 성공으로 성공률은 같지만, 조현우가 6회 더 많은 롱볼을 시도했다. 이는 적극적인 볼 배급 의지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가까운 동료에게 전달하는 짧은 패스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전체 패스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현우의 압도적인 성과는 스코어로 바로 확인된다. 상대 미국의 기대득점은 2.23골을 기록했는데, 조현우의 신들린 선방에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위험 상황에서도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김승규는 2실점을 기록했지만 세이브 횟수는 4번으로 조현우에게 크게 뒤지지 않았다. 박스 내 세이브가 단 1회에 그친 것은 위험 상황을 미리 차단하는 예방적 수비의 성과로 분석된다. 스위핑을 통해 공격 전개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접근법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두 선수의 상반된 플레이 스타일은 홍명보 감독에게 전술적 유연성을 제공한다. 수비 안정성이 우선인 경기에서는 조현우의 집중력과 안정감이 유리하며, 적극적인 압박과 빠른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김승규의 공간 활용 능력과 빌드업 참여도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상대 팀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대응이 가능해진 점은 큰 수확이다. 강한 전진 압박을 가해오는 팀에는 김승규의 정확한 패스와 스위핑 능력이, 박스 안에서 집중적으로 공격을 펼치는 팀에는 조현우의 골라인 수비가 해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