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앞으로…프로가 될 그날까지

2025-09-11

생활체육 활성화, 승강제가 답 ①

서울 중랑구를 연고로 하는 서울중랑축구단은 한국 클럽 축구 시스템에서 ‘허리’를 담당하는 팀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주도로 1부 리그(프로)에서 7부 리그(아마추어)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룬 축구 디비전 시스템에서 가운데에 위치하는 4부 리그(K4리그)에 소속돼 있다. 팀에 소속된 44명의 선수 중 10여명은 상위리그에서 뛰다가 군 복무(공익근무요원) 기간 잠시 몸담은 선수들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저마다의 사정으로 프로팀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이들은 직장을 다니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프로 진출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중간 단계(세미프로) 팀인 만큼, 상위 디비전 팀보다 환경이 열악하다. 이달 초 연습경기를 보려고 홈구장인 중랑시민운동장을 찾았는데, 선수들은 경기장에 일찌감치 도착했지만, 훈련을 할 수 없었다. 그라운드를 예약한 지역 조기 축구팀 경기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선수들 급여는 따로 없다. 매달 몇십만 원 수준의 훈련수당과 출전수당, 승리수당 정도를 받는다. 그래도 선수들 표정은 밝았다. 최근 3부 리그(K3리그) FC목포에서 건너왔다는 골키퍼 염경민(22)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꾸준히 몸을 만들며 더 높은 무대에 도전할 가능성을 키워간다는 것에 감사하며 뛰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중랑축구단의 김범수 감독은 “프로 진출이라는 목표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라스트 찬스’를 만들어 주는 게 4부 리그 소속인 우리 팀의 존재 이유”라며 “올 시즌 K4리그 11개 구단 중 순위는 최하위지만 국내·외 프로팀에 보낸 선수 숫자로는 1위다. 팀 운영 철학에 맞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셈”이라고 자평했다. 올 시즌 프로행이 유력하거나 확정한 소속 선수는 7~8명에 이른다.

축구 디비전시스템은 ‘생활체육 승강제 도입’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문체부가 2017년부터 본격적인 예산 지원에 나서면서 발전을 시작했다. 지난 2013년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비전 해트트릭 2033’에서는 1~5부의 다섯 단계로 설계했지만, 문체부의 예산 지원 이후 현재와 같은 1~7부 디비전 시스템 뼈대가 완성됐다. 지난 2017년 852개 팀을 모아 최하단부인 K7리그를 출범시켰고, 이후 2년간 K6리그(190개 팀)와 K5리그(67개 팀)가 차례대로 탄생했다.

문체부는 프로(1~2부)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세미프로(3~4부)는 대한축구협회에 각각 운영을 맡겼고, 풀뿌리에 해당하는 아마추어(5~7부) 부문 투자를 꾸준히 늘리며 저변을 키웠다. 지난해 기준 아마추어 3개 디비전에 투입한 예산은 총 49억7300만원이다. 이 가운데 리그 자체 예산 4억23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45억5000만원을 문체부가 지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모든 디비전을 연결하는 승강 시스템을 완성해 ‘한국의 제이미 바디(38·크레모네세)’를 발굴하는 것이다. 바디는 잉글랜드 8부 리그 팀(스톡스브리지 파크 스틸스)에서 출발해 프리미어리그(EPL) 팀(레스터시티)에 이르렀고, EPL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8부 리그 시절 주급이 고작 30파운드(약 5만6000원)였던 바디는 매일 12시간씩 의료용 목발 제작 공장에서 일하며 축구를 했다. 차근차근 상위리그로 올라간 바디는 주급 14만 파운드(약 2억6300만원)의 스타 선수가 됐다.

축구인들은 “한국 축구가 제2, 제3의 바디를 발굴하려면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단절 없는 승강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2027년부터는 프로와 세미프로(K리그2~K3리그), 세미프로와 아마추어(K4리그~K5리그) 사이에서도 승강제를 실시할 예정인데, 이 경우 구단들은 더 많은 선수를 발굴하거나 키우기 위해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형 승강제 모델을 연구해 온 이완영 한국스포츠과학원 연구위원은 “축구는 문체부가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의지를 갖고 진행 중인 종목별 승강제 도입 프로젝트의 첫 단추이자 모범 사례”라며 “조만간 축구가 선보일 완전한 형태의 승강제가 다른 여러 종목에 건전한 자극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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