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면 하나둘 등장하는 게 있다. 결산 리스트다. 미디어가 많아진 만큼 리스트는 1년 내내 여러 주제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그중 갑론을박이 특히 격렬한 리스트가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밴드는?”이다. 이 리스트에서 최소 5위 안에 들 자격이 있는 밴드를 떠올려본다.
록의 전설 레드 제플린이라면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존재였던 만큼 레드 제플린은 대중문화에서 단골 소재로 쓰였다. 1973년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가 대표적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음악평론가 지망생이다. 그는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에 발탁되어 어떤 밴드의 투어에 참여한다. 이를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하는 게 그의 임무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온다고 하자 한 멤버가 고함친다. “‘롤링 스톤’이야! 에릭 클랩턴을 무시하고, 레드 제플린을 깐 놈들이라고!” 실제로도 그랬다. ‘롤링 스톤’의 1969년 리뷰를 보면 레드 제플린에 대해 “너무 지루하고, 과하게 반복적이다. 들을 가치가 없다”고 쓰여 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음반이 별 5개 만점이다.
이게 내가 강조하고 싶은 핵심이다. 어떤 평가에든 ‘절대’라는 건 없다. 세상은 변한다. 사람도 변하고, 가치관도 변한다. 문화적인 잣대 역시 변한다. 그때는 틀린 것이 지금은 맞을 수 있다. 비평도 마찬가지다. 비평에 작용하는 요소는 다양하고, 가변적이다. 우리는 예술가의 이름값에 그저 취할 수 있다. 음악을 듣는 시간이나 기분 역시 무의식적으로 반영된다. 즉 멸균 상태의 음악 듣기란, 더 나아가 순수한 형태의 감각이란 없다. 우리는 끊임없는 영향 속에서 무언가를 즐기고, 평가를 내린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하나의 절대적 객관이 아니다. 수많은 상대적 주관의 공존이다. 그것이 대중문화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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