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이야기’ 원작자 송희구, “진짜 나를 찾는 이야기, 누군가에게 인생 드라마됐으면”

2025-11-16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의 원작자인 송희구(42) 작가의 말이다. 지난 25일 첫 회를 방영한 12부작 드라마 ‘김부장 이야기’는 이제 9회 방영을 앞두고 있다. 제목처럼 ‘서울 자가’, ‘대기업 부장’이라는 수식어를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김부장(류승룡)이 회사를 나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첫 회 시청률(2.9%)은 다소 부진했지만, 꾸준히 관심도가 높아져 6회는 4.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함께 공개되는 넷플릭스에선 방영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국 톱 TV 쇼’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선 “나의 아버지 이야기 같다”는 반응과 “처음엔 김부장이 웃겼는데 이제는 안타깝다. 외려 슬프다”는 반응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인근에서 송희구 작가를 만났다. 그는 “4년 전 책으로, 2년 전 웹툰으로 만들어졌을 때도 생경했는데 이렇게 드라마로 보니 더욱 새롭다”며 감회를 밝혔다. 이어 “학생일 땐 몇 학년 몇 반 누구가 되고, 사회에 나와서는 주임, 대리, 과장 같은 직함으로 불리지 않나. 그런데 수식어가 사라졌을 때의 나는 누구일까. (시청자들이)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썼다”고 말했다.

‘김부장 이야기’의 원형이 된 건 2021년 출간된 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김부장 편』(서삼독)이다. 송 작가가 약 10년간의 회사생활을 통해 느낀 직장인의 애환과 부동산을 통한 자산형성 경험을 김부장의 이야기로 녹여냈다. 책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2020년대 한국을 묘사한 ‘사실주의’ 소설이자, 재테크 문외한이 읽으면 좋을 자기계발서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 기준 약 4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작가는 LS일렉트릭(옛 LS산전)에서 14년간 해외 영업업무를 했다. ‘김부장 이야기’는 11년 차 과장이던 시절 쓰기 시작했다. 복잡한 출근길을 피해 이른 시간 회사에 도착, 업무 시작 전까지 블로그에 썼던 글이 인기를 끌어 책을 냈다. 책의 인기에 힘입어 웹툰·웹소설로도 만들어졌다.

‘김부장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진 건 송 작가의 의지가 컸다. 그는 “영화나 웹드라마로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꼭 TV 드라마로 제작하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김부장 이야기’를 만나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혼자 대본을 썼고, 방영이 결정된 후엔 감독과 작가진, 송희구 작가가 모여 본격적으로 대본작업을 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2018~2019), ‘히어로는 아닙니다만’(2024)의 조현탁 감독과 김홍기·윤혜성 작가가 함께 했다. 송 작가는 보조작가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재미에 집중하면 시청률이 잘 나왔겠지만, ‘인생 드라마’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무거운 현실도 다루고, 인간 내면을 섬세히 표현하려 집중했다.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꼽은 드라마 명장면은 김부장과 정대리(정순원)가 외근이 끝나고 모텔에 누워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정대리가 김부장에게 “(성과를 위한) 벼락치기식 영업이 부장님께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냐”며 “가장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것이 무섭다”고 토로하자 김부장은 “가족을 지킨다는 것은 숭고한 것이 아니라 사실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시청자 입장에선 고지식하게만 보였던 김부장의 솔직한 진심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작가는 “드라마에선 부동산 이야기를 덜어내고 주변 인물의 서사를 확장했다”며 “원작에 없는 장면이 생겨났지만, 어떤 분위기와 정서를 가져가면 좋을지는 함께 상의했다”고 밝혔다.

25년이란 시간을 한 회사에 바친 김부장이 쓸모를 의심받으며 회사를 떠나야하는 순간을 보고 있자면 ‘회사는 개인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송희구 작가 역시 이 말에 공감했다.

그는 “어느 시대까지는 분명 회사가 개인의 삶을 지탱해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회사의 의미가 가벼워지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노동보다 자산의 비중이 더 커진다.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산의 중요성을 체감 중인 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처음부터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지금의 삶을 상상하고 살아온 건 아니다. 토지 보상으로 60억을 받은 아버지 친구를 보고, 사회초년생부터 월급의 90%를 저축하며 부동산 투자를 독학했다. 그렇게 6000만원이 모일 때부터 토지 투자를 시작하다 아파트 투자 등으로 확장했다. 회사생활과 투자를 하면서 아르바이트, 의류 판매 등을 병행한 적도 있다.

송 작가는 유튜브 ‘작가 송희구’ 채널(구독자 약 22만명)과 문화센터 강의 등을 통해 자신의 부동산 지식을 공유하고, 작품 집필을 하며 일상을 보낸다.『김부장 이야기』 이후에 자기계발서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어린이 문학 『나의 똑똑한 강아지』를 낸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영화 대본 작업에 도전한다.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나 다운’ 모습을 찾은 셈이다.

그가 세운 작가로서의 목표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받는 것. 개인적인 목표는 멋진 도서관을 세워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송희구 다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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