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영화 ‘국보’(감독 이상일)가 신기록에 도전한다. 일본에서 1207만 명 관객수를 돌파하며 역대 일본 실사 영화 1위 등극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 어떤 심경일지 궁금했다.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을 만났어요. 일본에서 흥행한 걸 축하하길래, ‘1위를 앞둔 소감을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봤죠. 다양한 경험이 있는 감독이니까요. 그랬더니 봉 감독이 ‘그냥 제임스 카메론 감독 영화를 이겼다!’라고 하라더라고요. 하하. 저도 그 정도로만 소감을 줄이겠습니다.”
이상일 감독은 최근 서울 강남구 배급사 NEW 사옥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국보’를 연출한 이유부터 재일 한국인 3세 감독으로서 일본 영화판에 대기록을 남기는 소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부키 두 거장 일대기 다룬 ‘국보’, 이렇게 잘 될 줄은”
‘국보’는 가부키 세계에서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 등 일본 청춘들에게 인기많은 배우부터 와타나베 켄 등 일본 국민배우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해 러닝타임 174분을 완성한다.
“러닝타임도 길고 가부키란 소재가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소구되는 소재도 아니었지만, 온나가타(가부키에서 여성 역할을 맡는 남성 배우) 배우들에 대한 영화를 꼭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개봉 직전에는 이게 잘 될 수 있을까 떨리기도 했지만, 시사회 직후 3시간이 훅 지나갔다는 반응에 안도했고요.”

흥행 행보는 심상치 않았다. 실사영화가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넘긴 건 20년만의 일이란다.
“이 작품은 매주 관객수가 더 올라가는 특이한 케이스였어요. 첫주에는 가부키 장르에 익숙한 4060 세대 관객들이 많았는데, 2주차부터는 젊은 사람들도 입소문을 듣고 따라오더라고요. 그 세대에 인지도 높은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 등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영화를 본 뒤 ‘가부키가 이렇게 재밌고 알기 쉬운 거였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고들 하던데요. 이후엔 평소 영화관을 잘 가지 않는 90대까지 합류하면서 지금의 스코어가 나온 것 같아요.”
그 결과 애니메이션이 실사영화보다 더 인기를 끌던 일본 영화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국보’ 기획 당시 이렇게 성공할 거로 아무도 생각지 않았을 거예요. 흥행에 어려운 조건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니 일본 제작사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관객들이 다양한 장르를 더 많이 좋아하는 구나’라고 느낀 것 같아요. 덕분에 일본 실사영화 사이 다양성이 확보되고 있는 추세고요.”

■“침체기 韓 영화계, 아쉽지만 다시 올라올 힘 있다”
그는 극 중 조폭 보스의 아들이었다가 홀로 가부키 세계로 들어온 경계인 키쿠오(요시자와 료)에게 재일한국인인 자신의 정체성이 투영되어있다고 했다.
“‘국보’에서도 가부키 배우 집안 혈통인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가 아닌, 외부에서 온 키쿠오가 가부키라는 폐쇄적인 세계에 들어가잖아요? 그런 지점에 제 태생에서 오는 정체성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요. 제 뿌리는 한국이니까요.”
그래서 한국영화계의 침체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는 그다.
“제가 영화를 시작했을 때가 20대였어요. 그땐 한국영화 기운이 아시아에서 세게 올라오는 시기였죠.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는데, 요즘 상황은 그런 의미에서 조금 더 안타까워요. 하지만 어느 분야든 변곡점이 여럿 있잖아요? 지금은 OTT에서 한국 콘텐츠들이 인기가 많은데, 그 안에서 생기는 힘이 영화계로 다시 돌아온다면 또 한번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일합작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에게도 관심있는 파트너가 있는지 물었다.
“최근에 본 영화가 ‘승부’였어요. 그래서 이병헌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어요. 송강호도 물론이고요. OTT 한국 콘텐츠들을 보면 수위가 좀 세던데, 전 아름다운 분위기가 있는 한국 소재가 있다면 만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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