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락 기자 = 번역자이자 서울대 독문학과 명예교수인 안삼환 교수가 신작 장편소설 '역관 일지'(부북스)를 출간했다. 안 교수는 2010년 대학에서 정년퇴임한 이후 소설 창작자로 변신하여 그간 '도동 사람'과 '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라는 두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끌었다.
신작 장편소설 '역관 일지'의 줄거리는 소설의 주인공인 독문학자 김일술 교수가 자신이 동학농민 지도자 김개남의 후예인 줄도 모르는 채 서학(西學)인 독문학 교수가 되었다가 정년 퇴임한 후 괴테의 대작 '파우스트'를 우리 말로 번역하고 있는 '역관(譯官)'인데, 이 와중에 어느날 무명의 동학농민혁명군 지도자가 꿈에 나타나면서 동학(東學)을 공부하게 된다.
작자 안삼환 교수의 자전적 분신으로 여겨지는 주인공 김일술 교수가 2024년 9월 25일부터 2025년 4월 4일까지 기간에 한반도 남쪽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한 지식인의 눈으로 기록하고 성찰한 게 '역관 일지' 의 중심 내용이다. 이 소설은 총 66편의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2024년 12월 3일에는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이라는 파천황의 사태가 있었다.

줄거리는 '파우스트' 번역자인 김 교수와 미망인으로 딸을 키워 대학에 진학시킨 서선숙이라는 여성시인 사이의 그레이 로맨스를 표면적 축으로 하고 있다. 어느날 '환국(還國) 무명 동학농민혁명군 지도자'의 영령인 '완산 녹두님'이 두 사람의 꿈에 동시에 나타나면서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1895년 진도에서 일본군에게 살해된 무명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해골은 일제 강점기인 1906년에 한 일본인에 의해 '채집'되어, 홋카이도로 갔다가 1996년에 그 '해골' 상태의 유해가 다시 한국으로 봉환되어, 2019년에 전주 완산의 '녹두관'에 안장되는 역사적 사실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김 교수가 번역하고 있는 '파우스트'의 문학적 의미와 동학혁명과 한국 민중·민주화운동의 지난한 역사가 서로 교직되면서 소설이 진행되는데, 여기서 독자들은 동학의 역사와 동시에 파우스트 해설을 통해 서양정신의 교양을 맛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되는 것도 이 소설의 큰 미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독일문학에 근원을 둔 일종의 교양소설 범주에 든다고 할 수도 있다.
문학평론가 정지창은 "21세기 개벽의 전환기를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역관 일지'에서 작가는 직설적인 현실비판을 서슴치 않고 있지만, 이 비판은 '완산 녹도'라는 영매의 중개를 거침으로써 보다 높은 역사의식으로 고양된다"고 밝혔고,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유희석 교수(전남대)는 "동학담과 번역담을 절묘하게 교직시키면서 '빛의 혁명'을 조명하고 있으며, 당대 우리 역사의 사초인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소설이다"고 주장했다.

이종민 문화활동가 겸 전북대 명예교수는 "역사와 판타지가 뒤섞이고 동학군의 넋과 파우스트의 혼이 어우러지는 걸판진 굿판 덕분에, 동학농민혁명과 의병, 3.1혁명,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혁명, 그리고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겨레의 민주운동의 시원과 그 면면한 흐름이 환하게 밝혀진다"고 말했다.
한편 작자 안삼환 교수는 1943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및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고 한국괴테학회장, 한국토마스만학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괴테, 토마스 만 그리고 이청준' 를 비롯해 역서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괴테) '토니오 크뢰거'(토마스 만) '텔크테에서의 만남'(퀸터 그라스)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이다.
yrk52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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