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18일(현지시간) 백악관 회담에서 “6000억 달러(약 876조원)가 아니라 1조 달러(약 1460조원)가 맞느냐”고 물었다. 빈 살만 왕세자가 “물론이다”라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를 지었다.

2018년 발생한 반정부 언론인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이후 7년여 만에 미국을 찾은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오일 머니’를 앞세워 1조 달러의 초대형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원수가 아닌 그를 국빈에 준한 예우로 맞이하며 사우디가 요구한 F-35 스텔스 전투기 판매는 물론 원자력협력 방안까지 일사천리로 승인했다.
백악관 상공엔 F-35 비행…국빈 예우
빈 살만 왕세자가 방문한 이날 백악관엔 미국과 사우디 국기가 나란히 걸렸다. 예포 발사에 이어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먼저 백악관 앞에 깔린 레드카펫까지 나와 빈 살만 왕세자를 기다렸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동안 백악관 상공엔 미국의 첨단 전략 전투기 F-35와 F-15로 구성된 전투기 편대가 환영 비행을 펼쳤다.

극진한 환대를 받는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약속했던 6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규모를 1조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과 친구가 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환대는 정상회담에 이은 오찬과 120명의 귀빈들을 초청한 만찬으로까지 이어졌다. 만찬장엔 트럼프 대통령과 멀어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애플의 팀쿡,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등 재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사우디 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모습도 목격됐다.

“몇 시간만에 목표 중 상당수 달성”
백악관은 이날 회담 직후 팩트시트를 즉각 공개하고 양국이 전략방위협정(Strategic Defense Agreement·SD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미국의 전략 스텔스기인 F-35 전투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는 과거 여러차례 F-35 구매를 추진했지만,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가 약화되거나 중국으로 전투기의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F-35 구매 승인을 받지 못했다.
양국은 또 ‘민간 원자력에너지 협력 협상 완료에 대한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미국이 사우디의 장기 원자력에너지 협력을 위한 법적 기반을 구축한다는 의미로, 백악관은 “사우디가 원자력 협력 파트너로서 미국과 미국 기업을 우선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미국과 협상했지만, 사우디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빈 살만 왕세자가 백악관에 도착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자신이 목표로 했던 것 중 많은 부분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왕세자가 제시한 1조 달러는 사우디의 연간 경제 생산량과 거의 맞먹고, 자금난에 직면한 사우디는 해외 투자에 쓸 금융자본이 제한적”이라며 실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암살 배후” 질문에 ‘변호인’ 자처한 트럼프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 왕세자의 변호인 역할까지 자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도중 ABC 기자가 왕세자를 향해 카슈끄지 암살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기자를 향해 “ABC는 가짜뉴스로 방송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며 “그 사람(카슈끄지)은 매우 논란이 큰 인물이었고, 그(빈 살만)는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손님을 당황하게 하는 질문을 하지 말라”고 압박하며 “(왕세자는)매우 존경받는 분으로, 인권 문제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이룬 성과는 정말 놀랍다”고 했다.
빈 살만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썼던 카슈끄지는 2018년 튀르키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정보요원에게 살해됐는데, 미 중앙정보국(CIA)는 빈 살만 왕세자가 암살의 배후라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빈 살만 왕세자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었다”며 “그는 수년간의 외교적·경제적 투자를 통해 국제 무대로 돌아왔다”고 짚었다.
‘이해 충돌’ 우려에…“가족 기업과 무관”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에 대해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 가족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련 질문을 받자 “나는 가족 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그들이 하는 일은 괜찮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의 사업에 대해 “그들이 하는 일은 괜찮다. 그들은 세계 곳곳에서 사업을 한다”며 “사실 사우디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이끄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트럼프 브랜드로 부동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빈 살만 왕세자와 사업 파트너 관계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만찬에도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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