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3조 기업 인수…관리의 삼성이 달라졌다 [시그널]

2025-05-14

삼성전자(005930)가 글로벌 공조시장 진출을 위해 선택한 대상은 유럽 냉난방공조(HVAC)기업인 플렉트그룹 이었다. 반도체 관련 기업 인수가 반독점 문제로 막히자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공조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특히 삼성 특유의 조직 문화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주주를 설득해 매각의사를 이끌어 내고 단독 협상 한 달만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또 하나의 빅딜이었던 하만 인수와 하만이 인수한 마시모 등은 해외파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테스크포스팀(TFT)과 경영지원실, 디바이스경험부문(DX)내 공조사업부 등 국내파가 만든 첫 빅딜로 평가받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플렉트그룹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트리톤인베스트먼트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주식 100% 가치는 15억유로(2조3000억원)이고 플렉트그룹의 부채를 포함한 전체 기업가치는 18억유로(2억9000억원)에 달한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삼성 측 인수 자문을 맡았고 매각 측은 UBS가 자문했다.

플렉트 그룹은 스웨덴에서 출발해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공조기업이다. 유럽계 사모펀드(PEF)인 트리톤이 인수한 뒤 독일 덴코하펠을 추가 인수해 키워왔다. 최근 매출은 1조원 규모로 이번 거래에 적용된 상각전영업이익(EBITDA)기준 배수는 15배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경쟁사도 인수 제안을 했지만, 삼성이 적극적이고 빠른 설득으로 독점 협상을 할 수 있었다”면서 “삼성의 가격 조건을 매도측도 만족스러워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PEF가 보유한 플렉트그룹을 인수 대상으로 점찍고 트리톤이 매각에 나서기 전부터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이 독일을 찾아 트리톤과 플렉트그룹 관계자를 만나 인수 후 청사진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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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뿐만 아니라 유럽내 경쟁사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인수 가격을 제안하면서 경쟁입찰로 바뀔 가능성이 있었지만 삼성이 빠르게 협상을 이끌어내면서 4월부터는 트리톤과 삼성전자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이번 거래는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의 지원아래 M&A 전문가인 안중현 경영지원실 사장, 윤주한 부사장 등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 중 공조사업은 LG전자가 활발하게 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공조사업에 대한 구상은 삼성전자도 오랫동안 키워왔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공조업체이자 몸값만 8조원이었던 존슨컨트롤즈 인수에 참여해 막판에서 떨어졌다. 당시 LG전자도 참전했지만, 예비입찰에서 낙마했다.

공조는 과거 삼성이 밝힌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데이터센터의 온도 통제가 중요해지면서 전세계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밖에도 플렉트 그룹은 헬스케어 분야의 클린룸 부분에 강점을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헬스케어·식음료 등 60개 이상의 글로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조 사업의 성장성이 높지만 유럽의 고객층을 뚫기가 쉽지 않다” 면서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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