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X그룹이 홀로서기 4년 만에 총자산을 12조원대로 끌어올리며 명실상부 국내 핵심 기업 반열에 올랐다. 독립 법인으로서 닻을 올린 2021년 이래 덩치를 두 배 가까이 키우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실적 역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내·외형 측면에서 균형 잡힌 성장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남다른 혜안으로 반도체·에너지 등 신성장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구본준 회장이 그룹을 단기간에 성장 가도로 이끌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계열분리 후 총자산 12.6조 '껑충'···성장궤도 안착
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LX그룹 총자산은 작년말 기준 12조673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의 11조3570억원 대비 11.5% 늘어난 수치다. 이로써 LX는 작년보다 두 계단 상승한 43위 기업집단으로 랭크됐다.
특히 LX는 출범 초기와 비교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에서 분리하기 직전인 2020년만 해도 이들의 총자산은 7조1800억원 수준에 머물렀는데, 불과 4년이 흐른 현재 그 규모가 75% 이상 뛰었다. 출범 당시엔 11개였던 계열사도 17개에 이른다.
성과도 양호하다. 지주사 LX홀딩스를 보면 이 회사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00억6200만원에 영업이익 713억원을 달성하며 적자 국면에서 빠져나왔다. 산업계 전반에 상승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LX인터내셔널(영업익 1169억원)과 LX세미콘(597억원) 등 주요 계열사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양호한 실적을 달성하면서 힘을 보탠 결과다.
재계에선 LX의 계열사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미뤄 그룹이 안정을 찾은 것은 물론,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M&A로 포트폴리오 차곡차곡···'승부사' 구본준 리더십 재조명
이는 '승부사'로 통하는 구본준 회장 특유의 리더십 덕분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구 회장은 계열분리 이후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자 다각도로 투자를 이어왔다. 전통 제조업에 국한하지 않고 에너지나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 신경을 쏟으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세부적으로 2021년엔 유리 제조업체 한국유리공업(현 LX글라스)를 약 5900억원에 약 5900억원에 사들였다. 건자재 계열사 LX하우시스와의 시너지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또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 지분 63.3%를 인수하며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각 계열사도 기존 사업을 보완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LX판토스는 북미 물류회사 트래픽스에 약 311억원을 투자함으로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했고, LX세미콘은 차량용 반도체 설계 전문 텔레칩스의 지분 10.9%를 취득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아울러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AKP 니켈광산을 인수하는 한편, 작년 12월엔 미래에셋증권PE가 들고 있던 LX판토스 지분 전량을 1950억원에 매입함으로써 신사업과 수익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모든 행보는 환율이나 경기에 민감한 상사·건자재 사업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구 회장은 LG그룹의 기틀을 다진 장본인이다. 그는 1985년 금성반도체를 통해 그룹에 합류한 뒤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CEO를 역임하며 핵심 사업을 키웠다. LG디스플레이 대표 시절 파주에 LCD 생산단지를 조성한 것이나 LG전자의 자동차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를 진두지휘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런 만큼 그룹을 향한 애정도 남다르다는 전언이다. 평소 구 회장은 '1등 DNA를 뿌리내려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기술 중심의 미래 지향적 투자를 시도하는 한편, 조직 문화 정비차원에서 구성원에게 의식의 전환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방열기판 등 신사업 육성···'키'는 LX세미콘에
그룹 안팎에선 구 회장이 장차 LX를 '30위 기업'으로 올려놓기 위한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키를 쥔 쪽은 단연 LX세미콘이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설계를 주력으로 하던 이 회사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른바 친환경 차량용 방열기판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방열기판은 반도체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 자동차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높일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LX세미콘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시흥에 3000평 규모 방열기판 공장을 구축하고 공정 내재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얇고 균일한 금속층으로 세라믹과 구리를 접합하는 MDB 공법으로 차별화에 성공했고, 지난 4월 납품을 시작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현재 연간 생산능력는 25만장인데, 내년 말까지 2배 규모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구 회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 당시 인사말을 통해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거래처와 글로벌 사업 기회 발굴에 매진할 것"이라며 "우위에 설 수 있는 사업을 육성해 LX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