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에서 90대 노부부가 동반 존엄사로 생을 마감한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말기 심장 질환을 앓던 아내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생을 정리하는 이른바 ‘의료적 존엄사’를 신청하자 남편은 “아내 없이는 살 수 없다”며 같은 선택을 했다. 딸은 부모의 선택을 존중했다.
29일(현지시각) 미국 더 미러와 피플지 등 외신에 따르면 에바(92·여)와 드루즈 노이만(95) 부부는 지난 2021년 딸 코린 그레고리 샤프(61)와 마지막 순간을 보내며 의료적 조력 존엄사(MAID) 절차를 통해 생을 마감했다.

부부는 워싱턴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존엄사법'에 따라 의료진이 처방한 약물을 스스로 복용하고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당시 에바는 말기 심장 질환인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고도 수술을 거부한 상태였다. 수술을 해도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에바는 책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존엄사를 선택했다.
아내의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드루즈도 뇌졸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치료를 통해 뇌졸중을 회복한 후에도 아내의 존엄사 선택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다.
결국 드루즈는 "아내가 먼저 떠나면 (나 혼자)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가능하다면 아내와 함께 존엄사를 택하고 싶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드루즈가 "뇌졸중이 재발해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그의 존엄사 자격을 인정했다.

부부는 마지막 날까지 직접 선택했다. 생일이나 가족 기념일, 명절처럼 남은 가족에게 특정한 날짜로 남을 수 있는 날은 피해 2021년 8월 13일 금요일을 택했다. 사망을 결정한 뒤 마지막 일주일은 딸과 함께 보냈다.
사망 당일, 두 사람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손을 잡았다. 상담 인력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깔렸다. 이들은 약물을 복용한 뒤 와인으로 마지막 건배를 나눴다. 부부는 곧 잠들었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코린은 “엄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아빠는 엄마 없는 삶을 두려워했다”며 “결국 두 사람은 두려움을 함께 이겨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의 완성 이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를 비롯해 오리건,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10개 주와 워싱턴DC에서는 의료적 존엄사가 합법이다. 환자 본인의 의사 확인과 의학적 심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되고 있지만,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조력 존엄사는 아직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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