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광기’와 ‘찐 광기’

2025-11-20

‘테토남(여)’, ‘에겐남(여)’이란 말을 아시는지. ‘테토-에겐 성격유형’이라고 불리는 신조어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줄인 말로 가깝게는 MBTI 성격유형 검사나 멀게는 혈액형으로 보는 성격설처럼 호르몬을 기준, 유형별로 성격을 구분한다.

용어에서 알 수 있듯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사람은 공격적이고 감수성보다 남성적인 감정이 넘치면서 도전과 모험을 즐기고 외향적이라고 한다. 연애도 직관적이고 행동이 앞서며 마음이 가면 먼저 대쉬하는 스타일. 반면 에스트로겐이 많은 사람은 내향적이고 정적이며 감성적이며 연애에서 수동적이다. 이러한 특성에 ‘남녀’를 붙여 연애 먹이사슬까지 만든 ‘밈’도 유행이다. 물론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MBTI나 혈액형과 같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냥 재미로 보는 정도.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단 판단의 편의를 위해 구별짓기를 좋아하니까. 아무리 인간이 호르몬의 노예(?)라지만, 어찌 몇가지 유형으로만 사람을 나눌 수 있겠는가(필자는 일할 때는 테토남, 남편으로서는 에겐남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언론기사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비되는 혐오 문화 덕분인지 몰라도 한국사회는 항시 ‘분노조절장애’ 상태다. ‘분노조절장애’의 국제질병분노에 따른 공식 명칭은 간헐적 폭발 장애다. 화가 날 때 이성적인 제어를 하지 못하고 폭발적으로 공격적 충동을 외부에 표출시키는 증상을 말하는데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사람은 정신적 병증이라 상대방이 자신보다 강하든, 강하지 않든 일단 화를 내고 심하면 폭력적인 행동까지 하게 된다. 이들은 정신의학적으로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를 함께 겪고 있다고 한다. 혐오가 일상화된 사회, 우울을 떨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 시점에 ‘분노조절장애’ 현상이 이상하지만은 않다.

웃자고 하는 소리겠지만 강한 상대방에게는 ‘분노조절장애’가 치료된다는 소리도 있다. 물론 앞서 봤듯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분노를 조절 못하는 장애이기에 상대방에 따라 분노가 조절(?)되면 정신적 병증이 아닌 그냥 비겁하고 하찮은 ‘하(下)남자’일 뿐이다. 강자에게는 굴종하고 약자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지만 여튼 가짜 ‘분노조절장애인’들을 보면 우습다. 어떤 사람의 인격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얼마 전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특혜와 관련된 형사사건의 제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 부장들이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를 요구하고 18명의 전국 검사장들과 8명의 지청장들이 검찰 내부망에 비판 글을 줄줄이 올렸다. 검찰의 집단적 반발에 노만석 총장대행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항소 포기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대장동 담당 공판검사부터 반발하는 검사들은 ‘에겐남’, ‘가짜광기’, ‘하남자’다. 무죄가 명백한 과거사 사건에서 용감하게 무죄구형을 하다 징계받은 ‘테토녀’ 임은정 검사장은 위 사태에 대해 ‘누구든 징계를 각오하고 항소장 냈으면 그만’이라고 한마디 했다. ‘찐(진짜)광기’는 항소장을 낸다. 덧붙여 윤석열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포기한 사건을 이번 집단 항명(?)에 겹쳐보면 검찰의 미래가 보인다. 하찮은 ‘가짜 광기’를 마지막으로 검찰은 문을 닫는 것일까.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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