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K-푸드’ 노리는 한우, 일본 와규 대항마 될 수 있을까

2025-10-31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전 국민이 한우를 가장 많이 사 먹는 날은 언제일까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아마 11월1일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날이 되면 대형마트 소고기 코너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요, 전국한우협회 주도로 2008년부터 지정된 ‘한우 먹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한우 먹는 날에는 주요 대형마트에서 한우를 최대 60%까지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합니다. 통상 연간 한우 매출의 10%가 ‘한우 먹는 날’ 전후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어쩌다 11월1일이 ‘한우 먹는 날’이 됐을까요. 우선 ‘1’이 세 번 겹치는 날이라 ‘1등 한우’ 이미지와 부합한다는 상징성이 고려됐습니다. 소(牛)자를 끊어보면 ‘一’ 모양이 세 개 나온다는 점에서 착안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통상 11월에 한우 농가가 사료값으로 어려움을 겪는 탓에 소비 촉진으로 농가를 지원하자는 취지도 반영됐습니다.

올해 한우 먹는 날을 앞두고 ‘낭보’가 들려왔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로 처음 수출하는 한우 1.5t의 선적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이로써 한국의 한우 수출국은 홍콩·말레이시아·캄보디아·라오스·UAE 등 5개국으로 확대됐습니다. 정부는 인구 규모가 19억명에 달하는 할랄 시장에 교두보를 세웠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2020년대 전까지 한우의 해외 인지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일본 와규 등 소고기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고, 2010년대 구제역 파동으로 청정국 지위를 잃으면서 수출길이 원천 봉쇄된 영향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후 구제역 백신 보급으로 일부 국가에 한해서는 제한적으로 수출이 가능해졌습니다. 최근에는 ‘K-푸드’ 열풍으로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우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지도 상승과 더불어 한우의 품질도 과거보다 한 단계 ‘진화’했습니다. 소고기의 근내 지방(마블링) 비중은 1990년대 100g당 10.7g에서 2020년대 14.3g으로 33.6% 증가했습니다. 마블링은 소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이 저장되는 ‘창고’ 역할을 하는데요, 구워먹을 때 녹으면서 고기의 부드러운 맛을 키워주기 때문에 소고기 품질을 가늠하는 척도로 꼽힙니다. 한우의 육즙 보유력도 30년 새 20% 넘게 늘었습니다. 유전기술 향상으로 맞춤형 씨수소 선발 능력이 좋아지고, 체계적인 품질관리가 가능해진 영향입니다.

정부 목표는 해외시장에서 일본의 와규와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일본 와규는 높은 마블링 함량을 바탕으로 한 기름진 맛으로 국제적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와규의 마블링은 다른 소고기와 비교해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고기 전체에서 마블링이 차지하는 비중이 25~50%로 미국산 소고기의 2~5배에 달하고, 한우보다도 2배가량 높습니다.

지난해 기준 일본 와규 수출량은 1만826t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올해도 수출량이 전년 대비 10% 넘게 느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틈새시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와규는 기름진 탓에 많이 먹게 되면 쉽게 물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두꺼운 스테이크용으로 선호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마블링이 많은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와규의 마블링에는 올레산(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건강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도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미국 등에서는 기름진 맛을 선호하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어 담백한 맛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김진형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직무대리는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콩 등 수출 국가에서 인식이 상당히 좋고, 해외 여행객 중에서도 좋은 평가가 많다”며 “와규에 지방이 많아 회피하는 부분도 있는데 한우는 지방 함량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돼 감칠맛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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