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상장주식 과세, 성장과 공정을 함께 보는 시선

2025-09-03

최근 정부가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고, 증권거래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천 시대’ 공약과 시장활성화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윤석열 정부의 감세조치를 복원하고 조세형평성을 되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조치가 자본시장 정상화와 조세형평성 및 세입기반 강화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안팎으로 복합위기 상황이다. 안으로는 고령화, 저출산, 가계부채, 자산양극화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저하시키고, 밖으로는 글로벌공급망 불안과 통상환경 악화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민간의 소비·투자·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적시에 투입된 ‘긴급수혈’이지만, 일시적 부양책만으로는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없다. 저성장이 구조화된 상황에서는 경기가 살아나도 세입이 자동으로 늘지 않는다. 플랫폼 경제, 경제의 서비스화, 제조업 기반의 해외 이전을 특징으로 하는 글로벌·디지털 경제시대에서는 세입구조의 개혁이 없을 경우 세입기반은 약화되기 쉽다. 세입기반을 튼튼히 하려면 새로운 세원 발굴을 통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세원 확보가 긴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조세형평성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 조세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수평적 형평성의 부재다. 근로소득자는 유리지갑이지만, 자영업자는 소득파악에 한계가 많고, 주식·파생상품·가상자산 등 자산소득에는 광범위한 비과세·감면이 적용된다. 지난해 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사실상 고액 대주주로 국한되었고, 증권거래세는 거래단계에서만 부과돼 장기 보유에 따른 대규모 차익에는 세부담이 매우 낮다. 배당소득 과세 역시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기준이 뒤섞여 있어 금융자산 보유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세구조다. 금융자산 보유자는 근로·사업소득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조세의 수평적 형평성이 무너지고 세입기반 역시 취약해진다.

물론,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세 완화가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늘리고 투자 심리를 회복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세원잠식을 심화시키고, 근로소득자와 자산소득자 간 불공정 과세를 고착화시킬 위험이 크다. 따라서 자본시장 세제개혁은 성장과 공정의 균형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금융투자소득세를 단계적으로 재도입해야 한다. 혁신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일정 한도 비과세를 유지하되, 고액·단기 차익에는 정상과세를 적용해 과세 공백을 줄여야 한다. 둘째, 증권거래세율은 점진적으로 인하하되, 양도소득 과세강화와 병행해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셋째, 배당소득 과세체계는 분리·종합과세 기준을 명확히 해 금융소득 과세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세금은 단순한 재정수단이 아니다.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사회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장치다. 주식소득 과세를 둘러싼 이번 논쟁은 자본시장의 활력을 높이면서도 조세형평성과 세입기반을 함께 강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성장과 공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세제개편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열쇠다.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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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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