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세 가지 비전이 있다. 첫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전역을 초고속 인터넷(broadband internet)으로 연결하고 싶다. 둘째, 한국에 기술을 확산시킬 수 있는 매개체(application)가 비디오 게임이라고 믿는다. 셋째, 세계 최초로 비디오 게임 올림픽을 열고 싶다.”
스마트폰으로 e-스포츠(온라인 게임)를 즐기는 2025년에 무슨 얘기인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30년 전 이런 꿈을 꿨다면?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96년 “모르는 사람”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에게 받았다며 공개한 편지 얘기다. 편지를 이해하려면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발신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시작으로 한창 삼성의 개혁을 이끌던 54세 이 선대회장.
#수신자: 엔비디아를 창업해 게임용 그래픽 카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첫 번째로 개발한 칩 ‘NV1’의 실패로 파산 위기에 내몰린 33세 황 CEO.
당시 한국은 전화선에 기반을 둔 PC 통신이 주류였다. 초고속 인터넷을 국가 미래 인프라로 내다보고, 게임을 인터넷을 내달릴 문화 콘텐트 신(新)산업으로 점찍은 데다, 무명의 4년 차 스타트업 엔비디아의 가능성을 꿰뚫어 본 이 선대회장의 ‘선구안’이 돋보인다.

결국 엔비디아는 1999년 세계 최초로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를 선보이며 부활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D램 반도체가 들어가며 양사의 협력이 시작됐다. 황 CEO는 “한국의 PC방 문화와 e-스포츠가 없었다면 오늘날 엔비디아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 선대회장을 치켜세웠다.
중앙선데이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 탄생 110주년을 맞아 연재한 1984~85년 사장단 회의록 곳곳에서도 거인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정 창업회장은 매출 1위 계열사가 현대건설이던 당시 “기존 주력인 건설과 중공업이 앞으로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력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한다. 앞으로 현대차와 현대전자에 보다 집중해 세계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경기가 최악일 것으로 전망하던 때 “해야 할 투자는 해야 한다”며 전자(SK하이닉스의 전신) 분야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나이를 초월해 글로벌 협업을 제안하고(이건희 회장), 기업보다 국가,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본(정주영 회장) 두 거인을 관통한 키워드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이었다. 안락한 현재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일침으로도 들린다. 어느덧 창업 3·4세대가 재계 리더로 뛰는 시대, 거인을 닮은 비전과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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