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안세영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수비 만으로 안된다, 공력력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

2025-06-17

여자 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23·삼성생명)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상대를 질리게 만드는 수비력과 강인한 체력을 앞세워 여자 배드민턴 단식 최강자로 우뚝 섰지만, 이제는 공력력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안세영은 “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른 많은 선수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훈련장에서 대표팀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하는 강화훈련 이틀째 일정을 소화했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풋워크 훈련에 이어 단식 선수들과 조를 이뤄 본격적인 훈련을 진행했다. 로니 아구스티누스 단식 코치가 코트 좌우로 쉴새 없이 던져주는 셔틀콕을 받아내느라 안세영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마지막 공 하나를 받아낸 뒤에는 끝내 그 자리에 큰절 하듯 엎어져 크게 신음을 냈다.

안세영은 취재진과 만나 “(훈련이) 정말 굉장히 힘들다. 이번 주를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의문도 살짝 든다. 파리올림픽 전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오랜만에 들어와서 다시 훈련하려니까 더 힘든 것 같다”고 웃었다.

강훈련 중에도 목표는 분명하다. 공격력 강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안세영은 “지금까지 수비형 선수를 추구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수비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겠더라. 스트로크와 공격에서 파워가 많이 밀리는데, 정확성을 높이고 찬스에서 확실하게 끝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이어 중국의 천위페이(27)를 세계에서 가장 공격력이 강한 선수로 꼽으면서 “저도 그 정도까지 공격력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주봉 감독도 같은 주문을 내놨다. 경기 스타일이나 기술에서 안세영이 보다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안)세영이가 슬로 스타터 유형인데 이제는 처음부터 좀 스피드를 올려서 경기를 시작하고 그 뒤에 조절하자고 했다. 중국 선수들이 세영이를 상대로 이제는 처음부터 승부를 걸어오기 때문에 우리도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경기 마지막까지 버티면서 장기전 끝에 상대를 먼저 포기하게 만들고 결국 역전승을 따내는 게 지금까지 안세영의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경기 초반부터 주도적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면서 우위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기술 면에서도 짧은 스윙을 통한 빠른 공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어깨까지 사용하는 풀스윙이 아니라 팔꿈치까지 쓰는 순간적인 스윙으로 빠른 공격을 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악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 악력기를 옆에 두고 수시로 운동을 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고, 올해 들어서도 가장 최근인 지난 8일 인도네시아 오픈을 포함해 주요 국제대회 우승만 5차례 따내며 ‘적수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안세영은 올해 5차례 우승보다도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덜미를 잡힌 지난달 싱가포르 오픈이 더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안세영은 “싱가포르 오픈 8강에서 지고 나서 생각이 많았다. 다만 전에는 상대방 분석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저 자신의 플레이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 제가 어떻게 플레이를 하는지를 더 유심히 봤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의 도전자들이 호시탐탐 안세영의 세계 최강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오픈 결승에서 맞붙은 장즈이, 숙적 천위페이 등 중국의 톱랭커 4인방과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까지 안세영은 대회마다 ‘1대4’ 혹은 ‘1대5’의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안세영은 “이전에는 혼자서 싸운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감독님이나 트레이너 선생님들이나 저를 너무 도와주신다.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믿고 계속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파리올림픽 금메달 직후 “대표팀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앞으로 함께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개인용품 후원 금지 등 협회 규정을 비판했다. 이후 한동안 이어졌던 안세영과 협회의 갈등 양상도 이제 조금씩 봉합돼가는 중이다.

부상 등 이유로 올림픽 이후 한동안 진천선수촌에 발을 들이지 않던 안세영은 지난 4월 강화훈련 때 다시 합숙에 참가했다. 이날 안세영은 강훈련 속에서도 같이 땀 흘리는 동료 단식 선수들과 수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지었다.

안세영은 “(발언 이후 갈등은) 그해에 다 털어버렸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마음가짐, 새로운 목표로 다시 들어와서 운동하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제게는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영의 발언 이후 실질적인 변화도 생겼다. 협회의 규정 완화로 지난달부터 대표팀 선수들은 개인용품 후원 계약을 따로 맺을 수 있게 됐다. 이날도 몇몇 선수들이 대표팀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다른 회사 신발을 신고 훈련했다. 안세영은 “많은 선수가 좋은 방향으로 개인 후원을 받고 있어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더 큰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안세영 본인은 이날도 대표팀 공식 후원업체 신발을 신고 훈련했다. 안세영은 “후원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