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린다도 이건 몰랐겠지, 엘파바가 되는 마법···진화하는 경험 소비 ‘AI 포토부스’

2025-10-28

커튼을 젖히는 순간, 눈앞에 무대가 ‘확’ 열렸다. 뮤지컬 <위키드> 속 장면이 그대로 옮겨진 듯 초록빛 조명이 얼굴을 물들이고, 분홍빛 광선이 공기를 가르며 퍼졌다. 낯선 공간의 공기에 잠시 몸이 굳었지만, 옆에 놓인 지팡이를 집어 드는 순간 달라졌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에 포즈가 자연스레 잡혔다. 카메라 속엔 ‘어색한 나’ 대신 마치 엘파바가 된 듯한 또 다른 내가 서 있었다.

공연만큼 흥미로운 포토 체험

지난 금요일, 서울 용산 블루스퀘어에는 <위키드>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관객들이 향한 곳은 티켓 부스가 아닌 AI 포토부스 ‘AOP(Art of Photography)’였다. 한국후지필름이 선보인 차세대 경험형 포토 리테일 공간이다.

한국후지필름에 따르면 해당 AOP는 오픈 이후 공연 한 회당 100팀 이상이 촬영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겉보기엔 여느 네 컷 사진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의 비밀은 극 중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몰입형 세트에 있다.

부스는 크게 ‘시즈 유니버시티(Shiz University)’와 ‘클록 오브 더 타임 드래건(Clock of the Time Dragon)’ 두 구역으로 나뉜다. ‘시즈 유니버시티’는 글린다가 친구를 변신시키며 노래하는 ‘파퓰러(Popular)’ 장면을 연상시키는 공간으로, 관객은 동쪽 마녀(핑크) 또는 서쪽 마녀(그린)를 선택해 촬영할 수 있다. 반면 ‘클록 오브 더 타임 드래건’은 거대한 시계 장치와 역광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엘파바의 마법 순간을 포착한 듯한 신비로운 실루엣을 완성한다.

촬영은 전 과정이 AI로 이뤄진다. 카메라 높이와 앵글이 자동 조정되고, 인물 위치와 조명, 색감, 원근까지 계산해 사진작가 없이도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구현한다. 짧은 체험이 끝난 뒤 부스를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엔 만족과 설렘이 묻어났다.

사진이 곧 굿즈, 경험이 곧 기념품

AOP의 인기는 ‘경험을 소비하는 세대’, 즉 MZ세대의 문화적 욕망과 맞닿아 있다. 사진 한 장이 곧 굿즈가 되는 시대, 관객은 공연을 ‘보는 것’에서 나아가 그 순간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SNS에 올릴 디지털 콘텐츠는 물론, 즉석 인화물로 남기는 물리적 기록까지 포함된다.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 속 자신을 인증하고 싶은 욕망, 즉 ‘공연 일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역시 큰 역할을 했다.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공연과 전시를 즐기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경험형 콘텐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뮤지컬 장르는 마니아층의 사진 촬영과 굿즈 수집 열기가 뜨겁다”라고 말했다.

관객에게 공연 서사를 담은 사진은 단순한 인증이 아닌 ‘개인화된 기념품’이 된다. 관객이 소비자이자 창작자로서 공연 세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문화 소비 패턴이다. 한국후지필름은 <위키드>를 시작으로 <위대한 개츠비>, <시카고> 등 다양한 공연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다. 연극 공연장과 야구장 등 다른 문화 플랫폼으로도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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