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는 지난 6일 대구 삼성전에서 두 명의 젊은 투수들의 활약으로 웃었다.
선발 투수 문동주가 6.1이닝 4안타 1홈런 1볼넷 9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하며 시즌 11승째(3패)를 올렸다.
마무리 김서현은 8회 1사 후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5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팀의 7-4 승리를 지켰다. 그리고 시즌 30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데뷔 후 처음으로 30세이브 고지를 밟은 김서현은 구단 역사에 이름을 썼다. 2006년 구대성(37개), 2008년 브래드 토마스(31개), 2018년 정우람(35개)에 이어 구단 역대 네번째 30세이브를 달성한 투수가 됐다. 이 중 오른손 투수가 30세이브를 올린 건 김서현이 처음이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같은 날 경기가 비로 취소된 선두 LG와의 격차를 5.5경기에서 5경기로 좁히며 희망을 키웠다. 한창 시즌 막판 선두를 향해 달려가야하는게 한화의 현실이지만 일단 팀 마운드의 미래는 밝다.
문동주와 김서현 둘 다 프로 무대에 데뷔할 때까지만해도 큰 기대를 모았던 투수였지만 올시즌 전까지 다사다난한 과정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진흥고를 졸업한 뒤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문동주는 당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류현진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좋은 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데뷔 첫 해인 2022시즌에는 부상도 있었고 구단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느라 1군에서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13경기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 5.65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다음 해에는 풀타임으로 선발로 등판하며 23경기 8승8패 평균자책 3.72를 기록했다. 그 해 최고 160㎞의 강속구를 뿌려 주목을 받았고 신인왕까지 달성했다.
기대감을 키운 뒤 맞이한 다음 해에는 다시 주춤했다. 선발 투수로 풀타임 두번째 시즌을 소화했지만 부상이 있었다. 5월에는 견갑골 부상으로 한 차례 2군으로 갔고 9월에도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21경기 7승7패 평균자책 5.17로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졌다.
올시즌을 맞이할 때에도 전망이 썩 좋은건 아니었다. 부상 여파로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그래서 문동주의 보직이 불펜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문동주는 선발 투수”라고 밝히고 나서야 정리가 됐다.
그리고 올시즌 문동주는 선발 투수의 상징과도 같은 10승을 올릴 수 있는 투수가 됐다. 전반기까지만해도 기복있는 피칭을 선보였던 문동주는 7승3패로 후반기를 맞이했다. 후반기 첫 경기인 7월22일 두산전에서 6이닝 무실점 피칭을 한 문동주는 이후에도 호투를 이어가며 데뷔 첫 두자릿수 승수를 작성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도 승수를 추가하며 흔들리지 않은 투구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까지 후반기 성적은 7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 2.14로 이제는 팀 마운드의 ‘상수’가 됐다.

김서현 역시 1라운더였다. 서울고 시절부터 최대어로 꼽힌 김서현은 2023년 신인지명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한화에게 이름이 호명됐다.
2023시즌 개막 전 SNS 험담 논란으로 한 차례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서현은 4월 중순부터 1군 무대를 밟았다. 중간 계투로 등판해 19경기에서 20.1이닝 17실점(15자책) 평균자책 6.64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8월17일 NC전에서는 선발로 등판하기도 했지만 2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데뷔 두번째 해인 지난 시즌에는 전반기까지 팀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전반기에는 7경기에 등판해 8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5월부터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양상문 투수코치가 오면서 등판 기회가 많이 늘어났다. 후반기 30경기에서 30.1이닝 17실점(14자책)으로 점차 마운드에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올시즌에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잘 잡았다. 기존 마무리 주현상이 흔들리자 한화 코칭스태프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3월 말부터 김서현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겼다. 그리고 이 보직은 김서현에게 딱 맞는 옷이 됐다. 이전까지 1군에서 올린 세이브가 단 1개에 불과했던 김서현은 4월까지 9개의 세이브를 쌓아올렸고 이후에도 계속 뒷문을 맡아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8월 13경기 평균자책 8.44로 잠시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9월 들어서는 2경기에서 무실점 피칭을 하며 다시 믿음을 되찾았다.
문동주는 2003년생, 김서현은 2004년생으로 향후 앞날이 창창한 투수들이다. 한 시즌 동안 걸출한 선발 투수나 마무리 투수 한 명을 키우기 쉽지 않은데 한화는 두 가지를 모두 이뤘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향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데에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