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방 어디에나 한 병쯤은 놓여 있는 올리브오일. 특유의 향과 풍미 덕분에 ‘액체형 금’이라 불리기도 한다. 샐러드 드레싱부터 파스타, 구운 채소, 심지어 케이크 반죽까지―올리브오일은 음식의 향과 질감을 한층 깊게 만든다.
하지만 이 ‘건강한 기름’도 영원하지 않다. 고급 브랜드일수록 아까워서 꺼내 쓰지 못한 경험이 있을 텐데, 그 사이 올리브오일은 조용히 상할 수 있다. 올리브오일은 결국 올리브라는 과일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과일이 시간이 지나면 썩듯, 오일도 산화돼 변질된다.
유통기한보다 중요한 건 ‘수확일’
일반적으로 미개봉 상태의 올리브오일은 18개월에서 24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병 라벨에 ‘수확일(harvest date)’이 표기돼 있다면 이를 기준으로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한 번 개봉한 오일은 3~6개월 안에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상했다고 해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올리브오일은 본래의 싱그럽고 풋풋한 향을 잃고, 플라스틱이나 크레용 냄새처럼 텁텁하고 산패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색이 탁해지고 침전물이 생기면 이미 산화가 진행된 상태다.
냉장고보다 ‘서늘하고 어두운 찬장’
올리브오일을 오래도록 신선하게 보관하는 핵심은 ‘빛·열·공기’로부터의 차단이다. 투명한 병보다는 짙은 색 유리병이나 금속 용기에 담긴 제품이 좋다. 개봉 후에는 뚜껑을 꼭 닫아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서늘한 찬장에 보관해야 한다.
냉장 보관은 오히려 좋지 않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오일이 응고되어 성분이 분리될 수 있다. 실내 온도가 너무 높거나 가스레인지 옆처럼 열이 자주 닿는 곳 역시 피해야 한다.
전문 셰프들은 입을 모은다. “올리브오일은 아껴둘수록 향이 사라집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특별한 날만 꺼내 쓰기보다, 구매 후 가능한 한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품질을 지키는 비결이다. 샐러드에 한 스푼, 구운 채소 위에 살짝, 빵을 찍어 먹을 때 한 번 더―올리브오일의 향은 신선할 때 가장 빛난다. 결국 올리브오일의 진가는 ‘보관’보다 ‘활용’에서 나온다. 오늘 저녁 식탁 위에서 그 향을 다시 꺼내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