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된 도마나 서빙보드는 보기에도 따뜻하고 음식의 질감을 살려주는 주방의 기본 도구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플라스틱 도마 대신 꼭 필요한 주방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무의 흡수 능력으로 특유의 냄새가 밸 수 있다. 고기나 생선, 치즈, 샐러드 재료 등 다양한 음식이 오가며 스며든 냄새는 아무리 씻어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 불쾌한 냄새가 나는 도마 위에 음식을 다룰 수 없는 일. 식기세척기에 넣었다가는 나무가 갈라지고 색이 바래며 형태가 뒤틀린다. 물에 오래 담가두는 방법도 비슷하다. 냄새는 남고 도마만 상한다.
냄새의 원인은 ‘습기’와 ‘기름’
냄새가 나는 이유를 알아야 예방이 가능하다. 나무는 다공성(多孔性) 재질로, 표면에 닿은 음식의 수분과 기름을 흡수한다. 세척 후 바로 말리지 않으면 남은 수분이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이렇게 생긴 세균이 냄새의 주범이다. 도마에 작은 금이 생기면 그 틈새가 세균의 서식지가 되어 악취가 더 심해진다.
서빙보드의 경우는 음식 종류도 문제다. 샤퀴테리(가공육)나 치즈, 크래커 등은 오랜 시간 나무 위에 올려두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수분과 지방 함량이 높아 나무결 사이로 냄새와 기름이 쉽게 스며든다. 한 번 배인 냄새는 세척만으로는 제거가 어렵다. 레몬의 산과 소금의 입자가 그 틈을 청소해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무의 질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냄새를 없애는 방법은? 전문가들은 “정답은 레몬과 소금, 그리고 오일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세 가지는 나무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냄새를 흡수한 유기물을 분해해주는 천연 세정제 역할을 한다. 냄새 제거의 강도에 따라 조합이 달라진다. 얼룩과 냄새를 함께 없애고 싶다면, 반으로 자른 레몬 단면에 베이킹소다를 묻혀 문지른다. 더 심한 악취에는 소금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 가는 소금은 자연스럽게 표면을 갈아내는 역할을 하면서도 나무결을 해치지 않는다. 마지막 단계에서 미네랄오일을 바르면 도마의 수분 균형이 맞춰져 은은한 윤기와 함께 보호막이 형성된다.
냄새 ‘사후처리’보다 ‘예방’이 먼저
레몬을 이용한 냄새 제거법은 단순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반쪽 레몬으로 소금이나 베이킹소다를 문질러 준 뒤, 즙과 가루가 섞인 상태로 도마 위에 잠시 그대로 두면 된다. 이때 충분히 마르게 두었다가 미지근한 물로 헹구고,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 마무리한다. 그 후 냄새가 사라졌는지 코를 대어 확인하고, 식용유를 얇게 바르면 된다.
그러나 레몬즙을 오래 방치하면 오히려 나무가 손상될 수 있다. 산성이 강한 레몬은 나무의 섬유질을 분해하고 미세한 균열을 일으킨다. 따라서 청소를 마친 뒤에는 반드시 모든 레몬 잔여물을 깨끗이 헹궈내야 한다. 이후에는 수건으로 완전히 건조시켜야 한다. 습기가 남으면 나무 내부에 수분이 스며들며 뒤틀림과 변형이 생긴다.
또한 도마를 눕혀 보관하면 통풍이 되지 않아 습기가 남기 쉽다. 반드시 세워서 보관해야 한다. 오일을 바른 뒤에는 세워 말리면 나무가 ‘숨 쉴’ 수 있어, 수년이 지나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처음부터 냄새가 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음식물을 올리기 전 유산지나 베이킹페이퍼를 깔면 기름과 수분이 직접 닿지 않아 냄새의 원인을 줄일 수 있다. 사용 후에는 음식 찌꺼기를 바로 제거하고 미지근한 물로 씻은 뒤 마른 수건으로 즉시 닦는다. 자연건조보다는 손으로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단 몇 분의 관리로 도마의 수명을 수년 더 연장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