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활용 업체 야적장 같은 집이었다.
페트병이 수도 없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었다.
발을 옮기면 여기서 찌걱, 저기서 찌걱대며 플라스틱이 밟혔다.
내용물이 제법 남아 있는 페트병은 잘못 밟다 자칫 자빠질 판이었다.
그집 세입자는 숨진 지 무려 한 달 넘게 만에 발견됐다.
시신이 녹아내린 이불은 검붉은 빛깔의 부패물에 흠뻑 젖은 채로 있다가 그마저도 딱딱하게 굳었다.
살아 있는 육신이 부패돼 진액으로 흘러내리고, 고름과 같은 걸쭉한 액체를 흠뻑 빨아들인 이불이 말라붙어 굳은 채로 악취를 내뿜는 단단한 고체가 될 때까지, 그 한 달여의 시간은 참혹했다.
그 엄청난 물리화학 반응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너무나도 냉정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 깨달음을 위해 이런 장면을 굳이 볼 필요는 없지만, 이걸 보지 않고는 인간이, 인생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진정으로 느낄 수 없을 게다.
끈적한 부패물에 여기저기 들러붙은 쓰레기들은 떼어내면서 굳이 이런 작업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회의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고인의 마지막 흔적 또한 그분의 신체 일부라고 생각하며 예를 다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어쨌든 쓰레기와 한 몸이 돼 있는 뻣뻣한 이부자리들을 최대한 반듯하게 개켜서 비닐에 담았다.
홀로 살던 60대 남성의 고독사였다.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 왔던 탓에 겨우 찾아낸 혈연은 조카 한 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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