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주식 소득에 대한 세금 징수를 강화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세입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자본유출 억제와 재정을 보강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 저장성, 산둥성 등 주요 지역 세무당국은 해외 금융소득 신고를 촉구하는 공지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일부 투자자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신고를 압박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은행 산하 금융시보는 “해외 주식 거래로 얻은 소득은 면세 대상이 아니다”며 “법에 따른 납세는 모든 시민의 의무며 위반 시 세무조사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성실 납부를 강조했다.
중국은 국내주식 투자 소득은 2027년까지 과세가 유예된다. 이에 반해 해외주식은 20% 세율이 적용된다. 이 같은 세율 부담에도 불구하고 중국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는 추세가 확연하다. 부진한 본토 증시 대신 상승세가 뚜렷한 미국 등에서 돈을 굴리겠다는 판단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지난 10년 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11.4% 오른 반면 중국 CSI300 지수는 7.0%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중국 당국이 자국 증시 안정과 자금 유출 방지를 위해 세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수 확보 필요성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FT는 “부동산 붕괴와 성장 둔화로 신규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며 “올해 지방 부채 문제 해결, 출산 보조금 지급, 가계 소비 진작 프로그램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고 진단했다. 재정 압박과 시장 불안 요인이 맞물리면서 당국의 칼날이 개인 투자자들로 향한 것이다. 달라진 분위기에 투자자들은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증권사 계좌를 정리하는 대신 미국 플랫폼으로 완전히 갈아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진 웽 변호사는 “부진한 중국 증시와 활황을 보이는 해외 증시 간의 격차가 지금처럼 벌어지는 한 자본 유출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