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향한 무차별 압수수색
희생양 삼기 수사 아닌지 우려
신성한 ‘종교의 자유’ 보호할
절제와 균형 잡힌 수사 기대
최근 특검 수사의 칼날이 종교계를 향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성지와 한학자 총재를, 해병 특검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 김장환·이영훈 등 기독교계 원로 목사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했다. 이에 대해 특검이 정치권이나 대기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약해 조사가 용이한 종교계를 대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압수수색 같은 강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종교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은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키기 쉬운 상징적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정치적 의도를 달성하거나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유사한 현상이 있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되었을 당시, 해당 종교단체에 대한 수사는 정당한 방역 조치를 넘어 마녀사냥식 비난으로 이어졌다. 언론과 정치권이 합심하여 하나의 종교를 ‘국민의 분노를 대신할 표적’으로 삼으면서 소수 종교를 희생양으로 삼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과 집단적 배제의 민낯을 드러냈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위법 사항에 대한 조사는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며, 종교계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특검의 수사 방식은 종교에 대한 편견이 전제되어 있어 의도적인 망신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확실한 물증 없이 단순한 의혹이나 정황만으로 종교시설과 종교지도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은 형평성과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접근은 결과적으로 종교 자체에 대한 공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와 성지는 단지 건물이 아니라, 수많은 신도가 하나님을 섬기고 기도하며 공동체의 신앙을 형성해 온 신성한 장소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무리한 수사 행위는 단지 종교지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공동체 전체의 명예와 존엄을 짓밟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적 문제나 의혹이 있다면 서면조사나 소환조사 등 절제된 방식으로도 충분히 진실을 밝힐 수 있다. 굳이 성지를 직접 침범하여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연출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에게 맞는 최소한의 예우가 있어야 하며, 종교적 상징성이 담긴 장소에 대한 배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신앙은 개인의 양심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의 표현이며 헌법에 명시된 권리이기도 하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정교분리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지만, 종교는 여전히 사회적 정의와 평화를 위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공적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물론 종교가 지나치게 정치 편향성을 드러낼 경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정치 권력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침해하는 권위주의 또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종교가 정치로부터 독립되어야 하듯, 정치 또한 종교의 고유성과 신성함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종교학자 마틴 마티는 종교가 침묵할 때 권력은 자의적이 되며, 종교가 권력의 도구가 될 때 본래의 신성을 상실한다고 경고했다. 그의 지적처럼 종교와 정치는 서로를 감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할 긴장관계에 있으며, 어느 쪽도 상대방을 도구화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특검의 과잉수사와 일방적 단죄는 종교 자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검은 과거의 마녀사냥을 반복하며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특검이 정교분리 원칙에 입각해 종교의 신성함과 종교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균형 잡힌 수사를 해나가길 기대한다.
김민지 한국평화종교학회장·선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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