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많이 퇴색했지만 민주당은 원래 투기라면 질색하던 정당이다. 군사정권 시절은 물론 민주화 이후 1993년 9월 첫 공직자 재산 공개를 시작으로 보수정권 때 고위 공직자 투기에 대한 ‘사이다 공세’로 당세를 확장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했다. 지금도 대표 부동산 정책은 투기 억제고, 당규에 공천 부적격자로 부동산 투기 비리 사범을 명시하고 있다. 여당이 됐지만 야당 때처럼 현 야당 대표 일가의 부동산 투기 의혹 검증 태스크포스(TF)도 조만간 띄우기로 했다.
론스타 4000억 배상금 전부 취소
“소송은 세금 낭비” 민주당 무색해져
대장동 7800억 환수법 제정 나서야
단기간 투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국제 투기자본에 대한 태도도 비슷했다. 국제분쟁해결센터(ICSID)가 지난 18일 론스타에 대한 4000억원 규모의 배상금·이자 지급 결정을 전부 취소하자 정부 차원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환영 입장을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대한민국의 금융감독 주권을 인정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결정으로 한국 정부와 론스타 사이의 22년 악연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2003년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2012년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재매각하면서 불거진 4조7000억원대 배당 및 매각 차익 ‘먹튀’ 논란, 이어진 2022년 한국 정부에 대한 2억1650만 달러(당시 환율 약 2858억원) 및 이자(당시 185억원) 배상 판정 등이다.
사실 민주당은 론스타 앞에서 오락가락하고 선택적이었다. 모든 일의 발단인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민주당 정권이 주도한 일이었다. 당시 정책 결정자들에겐 침묵한 채 나중에 보수정권 고위직에 오른 추경호(당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덕수(당시 김앤장 고문) 전 국무총리 등만 골라 공세를 폈다. 론스타 사건을 대법원이 2010년 “정책적 선택과 판단에 대해 배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무죄 판결하자 검찰 부실수사 탓만 한 것도 마찬가지다. ISD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됐다며 “사법주권 포기 독소 조항인 ISD를 도입하면 한국은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반대한 것도 민주당이었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취소 소송 제기에 대해 “승산이 없어 불어날 이자와 소송 비용으로 세금 수백억원만 낭비할 것”이라고 반대한 건 ‘론스타 22년’에 기억될 장면으로 남았다. 취소 소송을 포기했다면 어쩔 뻔했나.
민주당은 대장동 앞에서도 민간업자들의 범죄수익 환수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윤석열 정부 2차 수사팀(1차팀 651억원 기소→4895억원 배임으로 공소장 변경)의 ‘뻥뛰기 수사’였으니 항소 포기가 옳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민간업자들이 3억5000만원을 투자해 대장동에서 거둔 이익은 택지분양 배당금(4054억원), 아파트 분양수익(3690억원), 자산관리위탁수수료(140억원) 등 7886억원이었다. 이 중 1심이 배임 범죄 이익으로 인정해 추징한 건 428억원(5.4%)뿐이다. 투기를 혐오하던 정상적 민주당이라면 “범죄수익 전체를 환수할 수 있도록 1심이 무죄·면소 판결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은 대법원까지 다퉈야 한다”고 항소를 외쳤어야 마땅하지 않나. 이제라도 야당과 함께 대장동 환수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물론 항소 포기의 1차적 책임은 형사사법 정의를 수호할 책무를 스스로 저버린 검찰에 있다. 정권의 외압이 있더라도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뒷북 사퇴’할 게 아니라 항소한 뒤 책임질 일이 있다면 물러나는 게 선배 검사들의 통상 수순이었다. 민주당 정권에서조차 “당연히 항소할 줄 알았다”는 뒷말이 나올 정도이니 한심하다. 김만배·남욱 등 민간업자가 2070억원 동결 재산 해제에 나서는 등 항소 포기의 후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남은 검사들이라도 피고인들 항소로 열리는 2심 재판에 충실히 임해 최대한 배임액을 인정받고 성남시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 추가 환수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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