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양식품, ‘소기름 라면’ 다시 끓인다…36년 만의 명예 회복 선언

2025-11-03

삼양식품, 3일 국물라면 신제품 ‘삼양1963’ 공개…우지유탕으로 ‘원조’ 재해석

김 부회장 “신제품 통해 삼양 창업정신 잇는 새로운 100년 향해 나아갈 것”

‘프리미엄’ 표방 미식라면…우지로 고소함·감칠맛 강화, 후레이크 맛·식감 개선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신제품은 단순한 복고 제품이 아니라, 삼양의 창업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상징이며 명예의 복원이자 진심의 귀환입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3일 삼양식품의 신제품 ‘삼양1963’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삼양식품은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출시 발표회를 열고 60여년 전 출시된 삼양라면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차세대 라면을 공개했다. 신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우지(쇠기름)’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김 부회장은 “한때 금기처럼 여겨졌던 우지는 사실 삼양라면 풍미를 완성하는 진심의 재료이자, 삼양이 추구해 온 진짜 맛의 철학이었다”면서 “이제 과거의 상처를 넘어 삼양의 자부심과 진정성을 다시 세우겠다. 삼양 1963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11월3일은 지난 1989년 ‘우지 사건’의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된 날이기도 하다. 당시 삼양식품은 검찰이 ‘공업용 우지로 식품을 생산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위기를 겪게 됐다. 삼양식품은 이후 8년 여에 걸친 재판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회사 상황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 당시 1000여 명의 직원이 삼양식품을 떠나야 했다.

김 부회장은 “공업용 우지란 단어가 우릴 무너뜨렸고 공장 불이 꺼지고 수많은 동료가 떠나야했다. 하지만 우린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께선 늘 절치부심, 이를 갈며 다시 일어서라고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를 붙잡고 우리는 다시 불을 지폈다”고 회상했다. 김 부회장은 발표 중간 전 명예회장을 언급할 때마다 목메는 모습을 보이거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식품 본연의 가치와 정직한 맛을 믿고,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한그릇 한그릇 마음을 담은 결과 삼양은 ‘불닭’이라는 세계적 브랜드로 부활했다. 하지만 저는 ‘삼양의 시작’에 대한 질문을 놓지 않았다”면서 “(우지 사건에서) 36년이 지난 같은 날, 삼양은 진실을 세우고 새로운 시작을 선언한다. 이날이야말로 삼양의 철학, 정직으로 시대의 허기를 채운다는 말이 가장 뜨겁게 증명되는 순간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영상을 통해 전 명예회장이 생전 모습과 목소리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전 명예회장은 “김정수 부회장, 시간은 흘러도 정신은 남는 법이지.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 담긴 ‘삼양1963’을 지금의 시대에 잘 전해주길 바라네”라며 상자 안에 제품을 상자 안에 포장해 건넸다. 이후 무대에 천으로 덮힌 상자가 준비되자 김 부회장은 이를 직접 벗기며 신제품을 공개했다.

김 부회장은 신제품에 대해 “삼양1963은 삼양의 정신을 잇는 새로운 출발점이자 선언으로, 신제품을 통해 삼양은 다음 100년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전 명예회장께서는 진심으로 만든 음식은 결국 진심으로 돌아온다고 평생 말씀하셨다. 그 진심이 오늘 이 자리에 있다. 삼양1963은 삼양이 세상에 전하는 한 그릇의 약속이다”라고 소개했다.

◆우지로 차별화한 프리미엄 라면, 2030 ‘라면 고관여자’ 저격

‘삼양1963’은 삼양이 처음으로 ‘프리미엄’을 표방해 선보이는 미식 라면이다. 과거 삼양라면 제조 레시피의 핵심이었던 우지를 활용해 면의 고소한 맛과 국물의 깊은 맛 등을 한층 높여 차별화된 풍미를 구현했다. 삼양식품은 이번 신제품에 1960년대 라면 유탕 처리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했다. 동물성 기름 우지와 식물성 기름 팜유를 혼합한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겨 고소한 향과 감칠맛을 강화했다. 골든블렌드 오일은 면의 맛을 살리는 동시에 조리 시 면에서 용출돼 면과 육수가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삼양식품은 액상스프와 후첨분말후레이크를 적용해 원재료 풍미를 더욱 살렸다. 사골육수로 면에서 우러나온 우지의 풍미를 높여 깊은 맛을 더하고, 무와 대파, 청양고추로 깔끔한 뒷맛과 얼큰함을 강조한 국물을 완성했다. 후레이크는 큼직한 크기 단배추, 대파, 홍고추로 구성해 풍부한 식감과 감칠맛을 더했다. 특히 동결건조공법(FD)에 후첨 방식을 적용해 재료 본연의 맛과 향, 식감이 오래 유지되도록 했다.

채혜영 삼양브랜드부문장은 “팜유와 우지는 좋고 나쁨이 아니라 풍미의 차이가 있을 뿐, 지방 성분과 고온에서의 안전성, 산화 안전성 등 기름으로서의 성질은 거의 동일하다”면서 “팜유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널리 쓰이지만, 우지를 사용하면 깊은 풍미와 감칠맛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튀김요리가 유명한 레스토랑의 메뉴에도 우지가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 부문장은 이어 “라면은 소비자가 먹던 제품을 계속 먹는 성향이 아주 강하게 나타나는데, 최근엔 내수가 어렵고 국물라면 시장도 성장이 정체됐다”면서 “고객들이 라면을 더 많이 먹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신제품을 발매할 때 정말 특별한 차별화가 아니면 성공하지 못한단 생각으로 제품을 개발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지유탕’보다 명확한 차별화 신제품은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신제품 핵심 소비층으로 ‘제대로 된 라면맛’을 기대하는 ‘라면 고관여자’를 꼽았다.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눈에 띄는 라면 신제품을 구매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30대 남성과 여성, 라면 취식 빈도가 가장 높은 20대 등이 주요 타깃이다. 이와 함께 삼양라면과 우지를 기억하는 50대 이상 고객을 서브 타깃으로 상정했다. 신제품을 통해 제대로 된 라면맛을 기대하는 2030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하고, 과거의 추억을 기억하는 50대에게는 추억의 맛을 선사한다는 전략이다.

삼양식품은 ‘삼양1963’으로 국내 국물라면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신제품을 통해 기존 삼양라면 매출 이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접할 수 있는 촘촘한 마케팅도 계획 중이다. 팝업스토어 등 제품을 시식하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준비하고 있으며, 어느 매장에서나 만나볼 수 있도록 영업과 분포도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우지유탕 관련 역사와 삼양라면의 헤리티지도 TV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로 전달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삼양1963’은 ‘불닭볶음면’처럼 내가 해야 되겠다, 이런 것보다는 조직 내부에서 다시 한번 우지 라면을 만들어야겠다는 열망과 숙명 같은 마음이 존재했다”면서 “(불닭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며 자신감도 커졌고, 브랜드·연구·생산 모든 분야에서 ‘우지’라는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됐다는 에너지가 끓기 시작했다. 삼양1963은 모든 임직원의 염원으로 완성된 제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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