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디어 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는 단연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다. 이는 단순한 대형 기업 간 합병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의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데다 딸아이의 최애 시리즈인 <해리포터>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면 반길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창작물을 만들지는 않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공세 속에 뉴스 소비가 뚝뚝 떨어지는 현실을 체감하는 미디어 업계 종사자로서 이 소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파라마운트가 인수전에 가세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니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다만 만약 이 인수가 현실화한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까.
넷플릭스는 이미 전 세계 스트리밍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매트릭스>, <배트맨>, <해리포터>, <왕좌의 게임>까지 흡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쟁자들이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콘텐츠 제국이 탄생하는 셈이다.
문제는 독점이 언제나 그래왔듯, 다양성보다 수익성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거대 플랫폼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보다 검증된 공식, 돈이 되는 콘텐츠를 반복 생산하는 쪽을 택한다. 그 결과 소규모 제작사와 독립 스튜디오들은 설 자리를 잃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수익 계산서 뒤로 밀려난다.
더 심각한 건 힘의 불균형이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시장의 ‘절대 갑’이 된다면 제작 단가를 낮추고 불리한 계약을 강요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수많은 제작사는 넷플릭스라는 거대 플랫폼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에 놓인다. 이는 우리가 이미 경험해온 풍경이다. 쿠팡이 장악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격 후려치기, 알고리즘 조작, 노동자 사망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것을 떠올려보면 된다.
소비자 역시 안전하지 않다.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은 플랫폼의 손에 쥐어진다. 쿠팡 와우 멤버십이 그랬듯, 넷플릭스 역시 구독료 인상을 마음대로 단행할 수 있게 된다. 워너브러더스의 킬러 콘텐츠를 보기 위해 원치 않는 단일 플랫폼 구독을 강요받는 상황,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선택할 자유는 사라진다. 이는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권의 침해다.
쇼핑에서 뉴스, 영상과 문화생활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보인다. 각 영역의 콘텐츠가 하나의 거대한 ‘우물’ 안에 갇히는 현상은 당장의 편리함을 제공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다양성을 말라 죽게 만들고 소비자에게 더 높은 비용과 더 적은 선택지만을 남긴다.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는 그래서 단순한 기업 뉴스가 아니다. 이는 콘텐츠가 누구의 것이며, 창작과 소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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