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온라인 사전 플랫폼 딕셔너리닷컴(Dictionary.com)이 2025년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로 숫자 ‘67(식스 세븐·Six Seven)을 선정했다. 단어가 아닌 숫자가 올해의 단어로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딕셔너리닷컴은 “‘67’은 명확한 의미가 없지만, 젊은 세대가 ‘무의미함’을 통해 소통하고 소속감을 형성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67’은 올해 여름 이후 미국 10대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 사이에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된 유행어다. 영어로는 ‘식스 세븐’이라 발음하며, 대화 도중 “그저 그렇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정도의 의미다. 한국의 ‘헐’ ‘어쩔’ 등과 비슷한 맥락의 감탄사형 표현이다.
이 단어는 미국 래퍼 스크릴라(Skrilla)가 지난해 발표한 곡 〈Doot Doot (6-7)〉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곡 가사 중 ‘6-7’이 반복되는데, 이 노래가 NBA 선수 라멜로 볼(LaMelo Ball)의 경기 영상에 삽입된 틱톡 클립이 퍼지며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라멜로 볼의 키가 6피트 7인치(약 201㎝)라는 점도 상징처럼 작용했다.
이후 미국과 영국의 10대들 사이에서 ‘67’을 외치며 양 손바닥을 위로 한 채 번갈아 흔드는 ‘저글링 제스처’가 유행처럼 번졌다. ‘식스 세븐’을 외치는 순간에 특별한 뜻은 없지만, “우리만 아는 농담”이라는 세대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언어학자 스티브 존슨(Dictionary.com 사전편찬 책임자)은 CBS에 “이 표현은 젊은 세대가 ‘나는 이 세대의 일원이다’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라며 “새로운 언어적 근육을 보여주는 세대적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장년층은 “숫자가 어떻게 단어냐”, “문명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언론 뉴욕포스트는 “‘67’의 핵심은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고민할 필요 없이 순간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의 언어적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유행에 문제점도 드러났다. 미국 텍사스의 한 교사는 “수업 중 ‘67쪽을 펴라’고 말하면 학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며 수업이 중단된다”고 토로했다. 영국에서도 일부 학교가 ‘식스 세븐’을 교실 내 금지어로 지정할 정도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딕셔너리닷컴은 “‘67’은 전형적인 ‘브레인 롯(Brain Rot·뇌썩음)’의 예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연결과 소속감을 만들어낸다”고 평가했다. ‘브레인 롯’은 SNS에서 의미 없는 콘텐트를 반복 소비하며 생기는 정신적 피로 상태를 가리킨다.
딕셔너리닷컴은 매년 사회·문화적 흐름을 반영한 단어를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얌전한’을 뜻하는 드뮤어(Demure), 2023년에는 인공지능(AI)의 부작용을 의미하는 헐루시네이트(Hallucinate)가 올해의 단어로 꼽혔다.
딕셔너리닷컴 측은 “‘67’의 선정은 ‘의미 없음’ 자체가 문화가 되는 시대를 보여준다”며 “단어 대신 ‘느낌’을 공유하는 세대의 언어 진화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35만명 '후루룩' 즐겼는데…"너무 불쾌해" 외국인들 분노한 K축제 홍보영상 [이슈, 풀어주리]](https://newsimg.sedaily.com/2025/11/10/2H0EG308PO_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