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유럽산 식품 수입 비용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대형마트들이 자사 브랜드(PB) 제품으로 진열대를 채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에 따르면 월마트의 '그레이트 밸류(Great Value)' 감자칩이나 트레이더 조의 유기농 닭고기처럼 유명 브랜드 대신 매장 고유 브랜드를 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자사 브랜드 식품 판매는 지난 52주 동안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브랜드 제품의 매출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PB 제품 전략은 독일 유통업체 알디와 리들이 글로벌 확산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유럽에서는 자사 브랜드 비중이 전체의 39%에 달하며, 미국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FT는 미국 시장도 서유럽처럼 PB 중심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수십 년 만의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바꾼 것이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다. 가격 부담에 밀려 처음 PB 제품을 시도한 소비자들이 품질에 만족하며 재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사 브랜드는 유통업체에 높은 이익률을 가져다주지만, 대규모 광고비로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해 온 글로벌 식품·음료 기업들에는 점점 큰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
라몬 라가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실적 발표에서 PB 브랜드의 약진이 비용 절감 필요성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의 한 알디 매장에서는 펩시코의 프리바이오틱 소다 '파피(Poppi)'와 색상까지 유사한 PB 제품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으며, 가격은 PB 제품이 1.49달러로 50센트 더 저렴했다. 이 매장은 평일 오전에도 계산대에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한 77세 고객은 정부 셧다운 여파로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SNAP)이 중단된 상태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곳이 다른 비싼 마트보다 조금은 낫다"고 말했다.
알디와 리들은 미국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알디는 올해만 200개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이며, 향후 5년간 80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리들은 미국에서 약 200개 매장을 운영하며 제품의 80%를 자사 브랜드로 구성하고 있다. 리들 USA의 조엘 램폴트 CEO는 미국의 PB 비중이 유럽 수준에 점차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흐름 속에서 코스트코의 '커클랜드(Kirkland)'는 연 매출 860억달러를 기록했고, 월마트도 연 매출 4,620억달러 가운데 약 25%를 자사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영국의 테스코처럼 프리미엄 PB 라인 '베터굿즈(Bettergoods)'를 론칭하기도 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PB 제품이 브랜드 제품 공급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2만 개가 넘는 PB OEM 제조사가 존재하며, 생산 능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브랜드와 유통업체를 제조사와 연결하는 스타트업 키체인(Keychain)의 오이신 한러핸 CEO는 시장이 더 커져도 공급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알디와 리들이 미국 내 입지를 넓히면서 PB 식품은 앞으로 더 많은 미국 가정의 식탁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리들 USA의 램폴트 CEO는 "우리는 자사 브랜드에 살고 자사 브랜드에 죽는다. 그것이 우리의 중심"이라며, "할인 판매점의 성장과 함께 PB 비중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wonjc6@newspim.com





![[단독] 정용진, 이마트 주류 플랫폼 키운다…'와인그랩' 서비스 확대](https://newsimg.sedaily.com/2025/11/17/2H0HN9GPF2_3.jpg)
!['아기상어' 더핑크퐁컴퍼니 등 5개사 코스닥 상장 [이번주 증시 캘린더]](https://newsimg.sedaily.com/2025/11/17/2H0HLNWC0K_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