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좁은 ‘헌법 개정’, 국회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2025-07-17

이재명 대통령은 제77주년 제헌절인 17일 “초유의 국가적 위기였던 12·3 내란조차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롭고 질서 있게 극복해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며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듯, 우리 헌법도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 정비하고 다듬어야 할 때”라고 개헌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향해 “국민 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힘 있게 나서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한 달여 만에 직접 개헌 의지를 피력한 것을 환영한다.

제헌절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헌법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다. 올해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불법계엄으로 탄핵된 후 처음 맞는 제헌절이어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윤석열은 헌정 체제를 악용해 내란을 일으켰지만 시민의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표결 등으로 무산됐다. 헌법 유린을 헌법 내에서 막은 것이다. 하지만 1987년 개헌 후 38년이 흐른 현행 헌법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도 드러내고 있다. 국민들은 앞으론 내란 시도조차 불가능해야 하고, 민주주의는 더욱 견고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국민의 그런 총의와 여망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개헌이다.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고,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개헌에 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제의한 대통령 4년 연임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등 밑그림도 어느 정도 나와 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는 여야 모두 동의한 상태다. 또한 시대적 변화상을 반영해 현행 헌법에 빠져 있는 생명권·AI·비정규직 관련 내용을 담고 국민 기본권도 강화해야 한다.

이제 국회가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차례다. 국회는 즉각 개헌특위를 설치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개헌 구상을 발표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늦어도 2028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여야가 정략을 버리고 진지하게 협의한다면 내년에 개헌 국민투표도 가능할 것이다. 시간이 너무 늘어지면 국민들이 ‘개헌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수 있으니 개헌 시기와 방식을 우선 정해놓고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주권자인 국민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해야 함은 물론이다.

필요한 개헌을 이어가는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38년간 좁고 낡은 헌법을 한 번도 고치지 않았다. 그 첫걸음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 대통령도 개헌 의지를 밝혔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22대 국회는 개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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