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추진했으나 국회에서 막혀
의대정원과 엮이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탄력 못받아
이재명 정부에서 양상 달라지는 추세지만 안심하긴 일러
국민의힘 반대 탓 하기엔 대광법 등 사례가 증명

이재명 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은경 후보자가 공공의대 설립에 긍정적인 뜻을 밝히면서 남원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낙관론이 번지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담긴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가진 만큼 해결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정치적 입지가 비슷했던 문재인 정부 시기를 돌아보면 현 상황에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법안 통과와 행정적 절차를 분리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와 국회 관계자 다수에 따르면 공공의대법 통과와 공공의대 설립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공공의대법 통과와 관련해 정부가 구속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도 민주당의 압도적인 의석을 바탕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에 강한 뜻을 밝히면서 국회 법안 통과에도 힘이 실리게 된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공공의대법이 먼저 통과해야 보건복지부에 이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정부만 바라보기보단 선제적으로 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2대 국회에는 민주당 박희승 의원(남원·장수·임실·순창)이 대표 발의(공동발의 71인)한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8월 논의된 이해 1년 가까이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가 공공의대를 지지하는 상황에서도 가시적인 계획이 도출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이던 21대 국회가 공존했던 지난 2020년 당시와 오버랩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서남대 폐교에 따른 대안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남원 공공의대는 당초 2023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는 2020년 9월 9일 청와대에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남원 공공의대 설립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여겨졌다.
앞서 당정은 같은 해 7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계획과 양성 방안을 두고 논의했다.
그러나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며 의사단체가 집단 진료 거부에 들어가자 민주당은 곧바로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때부터 공공의대법은 다시 표류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폐기됐다.
여기에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각각의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대학에 의대를 신설하거나,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면서 공공의대 설립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여기에 보건복지위에 전북 의원이 단 1명도 배정되지 않으면서 전북 관련 법안을 챙길 의원도 없었다. 21대 국회에서 유사 법안은 14개에 달했으며, 22대 국회에선 남원 공공의대법을 포함해 7개의 공공의대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공공의료 확충 등에 대한 입법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여·야가 공감하면서도 사회적 합의의 문제, 의학교육의 질 문제, 의무복무 등에서 위헌적 요소의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표면적인 공공의전원법 보류의 배경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속내에는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에 공공의대를 먼저 설립하거나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남원뿐만 아니라 전남과 인천 등에 공공의대 신설을 약속하면서 누가 가장 먼저 이를 선점할지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정은경 후보자가 지난 15일 “지속가능한 공공분야 전문인력 양성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현장 의견 등을 충분히 수렴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22대 국회에선 남원 외에도 인천대와 목포대, 순천대, 공주대, 경상국립대, 한경국립대를 대상으로 한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이 발의돼 상임위에 계류된 상황이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도 마찬가지다. 공공의대 추진이 반드시 남원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번 당권 경쟁에서 유추할 수 있다.
정청래·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후보 모두 전북과 전남에 각각 공공의대나 의과대 설립과 관련한 공약을 약속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전북 정치권과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는 남원 공공의대가 공공의대 설립 논의의 시초이자 본질임을 어필해야 제 몫을 겨우 찾아올 수 있을 전망”이라며 “특히 다른 지역 의대와 달리 남원은 공공의료에 특화된 인력은 본래 전북에 배정된 49명의 의대 정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민주당 정부에서 꾸준히 추진돼 온 사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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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김윤정 kking152@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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