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2월 전망)에서 0.8%로 낮췄다. 현재까지 정부 기관이나 국책 연구기관이 제시한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이자, 첫 0%대 전망이다. KDI는 미국의 상호·품목관세 부과 등 대외 요인이 기존보다 0.5%포인트, 내수 부진 등 내부 요인이 0.3%포인트 각각 전망치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총수출은 전년 대비 7.0% 성장한 지난해에 못 미친 0.3% 증가하는 데 그치고, 제조업 중심 상품수출은 0.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 부진에 수출 둔화까지 겹치면서 1분기 -0.2%(전기 대비)로 고꾸라진 경제가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실제로 수출은 올해 들어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는데, 그 여파는 고용시장에서도 드러난다. 어제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9만4000명 늘었으나 수출 중심인 제조업에선 12만4000명 줄었다. 작년 7월부터 10개월째 하락세인 제조업 취업자는 2019년 2월 15만1000명 감소 후 가장 크게 후퇴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고용 안전성, 임금 모두 높아 양질로 평가된다. 질 높은 고용 창출의 선순환 없이 저성장 타개는 기대할 수 없기에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제조업 일자리가 신규 채용을 중심으로 갈수록 줄면서 청년층에게 고용 한파가 집중되고 있다. 청년층(15∼29세)의 4월 고용률은 45.3%로 12개월째 하락 추세다. 전체 연령대 실업률은 2.9%로 0.1%포인트 떨어졌지만, 청년층은 외려 0.5%포인트 오른 7.3%에 달했다. 청년층 중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은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경제를 떠받들어 청년들을 보듬으려면 제조업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발등의 불인 미국과의 관세협상부터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대미 수출의 과반을 차지한 자동차·자동차 부품, 철강·알루미늄에 붙는 25%의 품목관세 인하가 절실하다. 미국과 가장 먼저 협상을 타개한 영국은 소고기 등 시장을 여는 대신 자동차 품목관세를 일정 쿼터에 한해 10%로 낮췄고, 철강·알루미늄은 적용 예외를 받아냈다. 우리도 시장 개방과 더불어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방산·에너지 등 제조업 협력 카드를 내민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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