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수 화상병이 올들어 첫 발생한 이후 지난해와 견줘 상대적으로 더딘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봄철 기온이 비교적 낮았고 강수량이 적었던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농가 차원에서 신고 의욕이 꺾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발생 농가수·면적 전년 대비 38%·19% 수준=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화상병은 12일 충북 충주 사과농가에서 최초 발생한 이후 23일 0시 기준 전국 8개 시·군 12농가에서 발생했다. 발생지역은 경기 안성, 강원 원주·정선, 충북 음성·청주·충주, 충남 천안, 전북 무주다. 면적은 모두 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농가수는 38%, 면적은 19% 수준이다. 지난해엔 5월13일 첫 발생한 이후 32농가 26.9㏊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발생지역도 12개 시·군에 달했다.
발병 속도·규모가 줄어든 원인으론 기상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진청 관계자는 “봄철 개화기에 온도가 비교적 낮고 강수량이 적어 화상병 병원균이 월동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올 1∼4월 평균기온은 5℃로 전년(6.7℃)에 비해 1.7℃ 낮았다. 또한 올겨울(2024년 12월∼2025년 2월) 평균기온은 영하 0.3℃로 전년(2.5℃) 대비 2.8℃ 낮았다. 올 1∼4월 강수량(148.2㎜)도 최근 10년 내 두번째로 적었다. 전년(280.3㎜) 대비해선 52.9% 수준이다.
◆“농가 소극적 신고도 한몫”=일각에선 영농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화상병이 2015년 국내 최초 발생한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피해 보상 기준이 영농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변화했고, 신고했을 때 검역기관·농촌진흥기관의 집중 조명을 받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경북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A씨는 “2019년까지는 과수원에 화상병이 한그루만 나와도 전체 폐원을 해야 했고, 나무 숫자와 뿌리줄기(근경)에 따라 매몰 비용을 정액으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지금은 매몰 비용을 사용한 금액만큼 실비로 지급하고 있고, 화상병이 발생한 나무 주위로 부분 제거만 하면 돼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상병 손실보상금은 농진청 고시(‘방제명령에 따른 손실보상·생계안정지원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급된다. 농진청 관계자는 “2015년부터 보상 단가는 변동이 없지만 방제 범위와 비용 지급 방식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상병을 대처하며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는 화상병에 걸린 나무가 전체 과수원의 5%, 지난해부터는 10% 이상이 돼야 폐원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화상병이 발생했음에도 신고하지 않고 발각되면 추후 손실보상금을 받을 때 60% 감액되고, 근접 농가에도 피해를 줄 수 있어 화상병이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날 더워져 긴장의 끈 놓아선 안돼=고온다습한 6월부턴 병이 본격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22일 화상병이 발생한 충북 청주는 지금껏 한번도 나오지 않은 곳이어서 지역사회가 동요하는 모양새다.
또한 이날 함께 발생한 농가 3곳은 경기 안성 배농가(0.26㏊), 충북 충주 사과농가(1.03㏊), 충남 천안 배농가(0.28㏊)로, 모두 지난해 각 지역 발생 과원 반경 2㎞ 내에 위치하고 있다.
농진청은 병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청주에 대해선 충북도농업기술원·청주시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이달 26일까지 과수원 반경 2㎞ 이내에 있는 농가 2곳(0.01㏊)과 남이면 농가 15곳(4.1㏊)에 대한 정밀 예찰을 벌인다. 또한 31일까지 청주지역 전체 과수원(301농가 142.6㏊)에 대한 합동 정밀 예찰을 시행한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