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에 사는 펭귄의 배설물이 구름을 만들어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헬싱키대 매튜 보이어 박사팀은 지난 2023년 1월 10일부터 3월 30일까지 아델리 펭귄 6만여 마리가 사는 남극 시모어섬 서식지 인근에서 공기 중 암모니아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분석하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펭귄의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기체 중 하나인 암모니아가 구름의 응결핵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구름의 응결핵은 공기 중 구름을 만들기 위한 핵심 입자다. 구름은 이 구름 응결핵에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형성된다. 그런데 펭귄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기체 중 하나인 암모니아가 공기 중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구름 응결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우선 연구팀은 바람이 아델리 펭귄 서식지 쪽에서 불어올 때는 암모니아 농도가 평소(10.5ppt)보다 1000배 이상 높은 13.5ppb까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2월 말 펭귄들이 이 지역을 떠난 후에도 암모니아는 배설물에서 계속 방출돼 농도가 평소보다 100배 이상 높게 유지됐다.
암모니아 농도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대기 측정을 통해 암모니아가 구름 형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에어로졸 입자 농도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펭귄 서식지 쪽에서 바람이 불 때 에어로졸 입자의 수와 크기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바람 방향이 바뀐 후 3시간이 지나면 안개가 관측됐다”며 “이는 암모니아 가스와 그로 인한 에어로졸 입자 농도 증가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펭귄 배설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디메틸아민도 구름 입자 형성 초기 단계에 관여해 입자 형성 속도를 최고 1만 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과는 펭귄 배설물이 남극의 기후 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구름은 태양의 빛을 반사해 지구를 덜 뜨겁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구름이 많이 생기면 지표면 온도의 상승을 막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 펭귄의 배설물이 구름 응결핵을 만들어 구름 형성에 도움을 된다면 현재 해빙 감소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남극의 온난화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연구팀은 “펭귄과 남극 기후 사이의 구체적인 상호작용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